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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여기 고통에 대한 두 개의 관점이 있다.
1) 고통을 견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신병의 징후로 의심되었다. (29쪽)
2) 고통의 근절은 영혼의 멸절이자 신에 대한 거부이며 구원에 대한 모독이었다. (30쪽)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진통제 NSTRA-14의 등장 이후 이 세계에서 고통은 신체적 통증의 일부로 축소되었다. (우리 세계에서 '펜타닐'의 시작이 진통제였음 기억해보자.) 막대한 이익을 누리던 제약회사의 신성모독은 고통의 철학적 의미에 집착하는 신흥종교 '교단'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방식으로 응징을 당한다. 12년 후 과거의 테러사건과 연관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테러의 범인, 제약회사의 상속인, 교단의 추종자 등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는 각자의 고통에 관하여(On Suffering) 쓴다. 해마체에 아로새긴 '기억'에서 출발해 체성감각 영역-변연계-전두엽-시상하부-온몸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감각.
<오징어 게임> 같은 넷플릭스 창작물이 한국인만을 주 시청자로 상상하지 않듯, 정보라의 소설도 경계 바깥에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관념적인 한글자 이름을 두른 인물들은 국적과 성별이 아닌 날렵하거나, 날카로운 각자의 개성으로 불린다. 고통이 사라진 곳에서 고통을 갈망하는 이들을 둘러싼, 고통과 구원에 관한 정보라의 SF 스릴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