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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멸종했던 책이 다시 독자를 찾았다. <봉인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지나간 세기 출간되어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책. 절판 후 높은 중고가가 형성되는 등, 많은 팬이 몹시 기다리던 책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책 제목처럼 영화를 위해 '순교'한 타르콥스키의 영화 예술의 미학을 만난다. <이반의 어린 시절>, <솔라리스>, <희생> 등의 작품을 통해 "셀룰로이드 필름 위에 시간의 현실을 각인할 수 있는 영화의 독보적으로 소중한 잠재력"(86쪽)을 구현하는 것을 시도한 예술가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쓴다.
타르콥스키의 마지막 영화 <희생>(1986)의 이야기. 한 수도승은 죽은 나무에 3년 간 물을 준다. 죽은 나무가 꽃을 피우는 불가능을, 흐르는 시간을 필름 위에 각인하는 불가능을 예술가는 꿈꾼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만 보려고 극장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몇 시간이나마 진정한 예술가들과 진정한 사람들과 함께 진정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22쪽)라는 타르콥스키 팬의 편지에 공감하는 영화팬이라면, 롱테이크로 찍은 화면이 무한에 가까운 시간 동안 상영되는 스크린을 멍하니 응시하며 그 공간이 우주적이라고 인식해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타르콥스키가 말하는 예술가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닐 듯하다. 러시아어 원전을 직접 번역한 새 번역본으로 만나는 타르콥스키의 철학. 많은 타르콥스키 팬의 바람처럼, 그의 다른 책 역시 조만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