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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들뜨기 어려운 새해의 시작이다. 겸허하게 새해를 맞기로 결심한 이들의 산책에 어울릴 법한 시, 메리 올리버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천 개의 아침>, <기러기>의 번역자 민승남의 번역과 이한구의 사진이 어우러져 시인의 전작과 연속성 있는 맥락에서 시의 안팎을 들여다볼 수 있다. 원문이 함께 수록되어 원문과 한국어를 모두 소리내어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시 읽는 이들의 기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게으름의 손목을 놓아주기
싫어, 돈에 내 삶을 팔기가 싫어,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싫어.
<검은 떡갈나무>, 27쪽
시인은 일찍 일어나 많이 걷고, 말하는 대신 자연을 듣는다. 불어난 개울물이 흐르며 내는 '달콤하고 기이한 음악'에 달려가는 개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섞이는 게 싫어 ('그 음악에 뒤섞이는 건 싫어'(<개가 또 달아나서>) 입을 다무는 순간. 개는 개답게 자연스럽게 달리고, 개울물은 개울물답게 노래하고, 나 역시 그저 자연스럽게 있다. 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만큼 시적인 것이 또 있을까. '아, 좋다' 이상의 말은 군더더기가 되는 것 같은 시, 메리 올리버를 새해의 곁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