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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발코니 이지영 편집장이 묻는다.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 책의 질문은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아가씨>의 하프시코드 소리며 <올드보이>의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박찬욱 영화의 시각적 순간과 분리되지 않는다. 빔 벤더슨의 쿠바 재즈와 루카 구아다니노의 현대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가 오고 간다. 좋은 음악을 경험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음악은 영화를 완성하는 또 다른 배우'라는 박찬욱의 답을 손에 쥔다.
카푸스틴을 주제로 한 2021년의 손열음 독주회에서 손일훈이 작곡한 <변주곡 아닌데?>가 국내 최초로 공연되었다.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무대 위 손열음이 관객에게 박수를 청했다. 그 공간의 관객은 음악의 일부가 되어 짝짝, 박수를 치며 변주곡의 요소로 그 공간에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곡이며 현존 작곡가의 곡도 즐거이 연주하는 손열음은 저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처음 새로운 악보를 읽을 때 좋고 재밌어요. (중략) 악보가 나한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죠."(60쪽)
잘 듣는 이가 건넨 좋은 질문에 조성진부터 정경화까지, 많은 음악인이 정성스럽게 답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할 수련 기간의 '인내'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말하는 정경화와 베토벤의 소리가 자신에게 쌓이길 기다리는 조성진의 말처럼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젊은 연주자, 지휘자, 작곡가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 (14쪽)는 저자의 애정어린 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음악의 시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