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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장편소설. 두 인물의 이야기가 주요한 '서사'를 구성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나'의 것. 일기가 될지 소설이 될지 모를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작가 '나'는 온천장 근처를 산책하던 중 우연히 들어간 목욕탕에서 60대 여성 최명환을 만나 그의 소개로 충동적으로 부산에 월세 아파트를 계약한다. 젊은 시절 최명환은 부산 미국문화원 앞의 회사에서 근무하며 돈을 모으고 모으며 그 돈을 이유로 모욕당한 과거가 있다. '나'는 글을 쓰거나 부산을 산책하고, 가끔 최명환의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친구들과 드문 부산의 눈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수미'의 것.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친척 언니 '윤미'는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학교 선생님은 언니를 감시해야 한다고 수미에게 말한다. 윤미 언니는 광주의 '조윤미'를 만나러 가고, 수미는 그곳에서 광주의 사람들을 처음 만난다. 출소한 언니를 두고 언니의 인생은 망했고 시집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수미는, '조윤미'라는 이름의 광주 시민이 1980년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증언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본다.
박솔뫼는 작가의 말에 "순간순간 이해했다고 착각한 장면을 무척 좋아하면서 그것을 품은 채 다음 걸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기존에 발표된 박솔뫼의 소설보다는 줄거리가 명확한 편이지만, 이 소설 역시 그 매력이 서사만으로 명쾌하게 전달되진 않는다. "어쩐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았고 짐을 싸서 배를 타고 먼 곳으로 가보고 싶어."라고 생각할 사람들. 그들의 산책은 "일단 기분이 좋았고 젖은 물냄새와 비 냄새가 낙엽과 섞여 영원히 걷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118쪽) 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산책의 기쁨을 아는 이들에게 이 소설이 알맞다. 어떤 과거는 다른 과거와 동심원을 그리며 관계맺고 미래로 나아간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미래에도 과거에도 통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멋지고 동시에 슬픈 걸까."라는 사이토 마리코의 말, "이 이야기에는 내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는 황예인의 말에 매혹되는 소설 애호가라면, 당신은 박솔뫼의 이야기를 손에 쥘 수 있고, 스스로의 미래를 산책하는 연습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