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사법부, 강제징용 재판과 판사 뒷조사"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졌다. 법이 언제부터 약자의 편이었냐고,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벌어지고 최근에서야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사법농단’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사법부가 조직의 이익을 위해 판결에 개입하는 등 사법권력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게다가 일련의 과정이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서, 그중에서도 사법부의 수장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별 판결에 대한 비평이나 개별 판사의 양심에 대한 비판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하겠다.
그렇다고 법원을 무너진 채로 방치하고 법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법농단이 더욱 안타까운 까닭은 이 사태의 이유과 과정과 방향이 그간 한국사회에서 숱하게 벌어진 일들과 궤를 같이 한다는 데 있다. 돌아보면 그런 사회에서 법과 법원만이 온전히 기능할 거라는 기대가 어불성설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에서 벗어나 자유, 평등, 정의가 바로 서는 사법부 그리고 그 사법부의 기반이 되는 한국사회를 이루는 길은 하나뿐이다. 저간의 사태를 정확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양심을 지키려 저항하고 좌절한 이들과 마주하는 일. 책을 가득 메운 사법부의 어두운 얼굴 못지않게 이 얼굴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제 사법부가 세상으로 나왔으니, 엄중하지만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면 어떨까 싶다. 시민의 몫이자 의무로서 말이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9.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