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실은 내 안에 고여있음을 알아차리는 바로 그 순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희영과 소영과 한영으로 이루어진 친구 '희소한 영자매'. 즐거운 시절은 이제 지나갔음을 안다.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그들은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면서도 여전히 이 관계를 지키고 싶은 스스로를 알아채게 된다. 같지 않지만 배려로 이어지는 관계들의 느슨한 따뜻함. (<규카쓰를 먹을래> 中) SNS 계정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화사한 아침을 지켜보며 프레임의 '잘려나간 어느 편에서는 울고 나서 맞는 아침은 아닐지' 생각해보는 일.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사랑, 우정, 청춘, 노동, 연대 같은 것들이 소설의 모습으로 스쳐지나가고,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는 시간도 틀림없이 함께 지나간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의 작품을 통해 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건네던 김금희가 돌아왔다. "나는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기만은 그 비워둠을 양해하고 싶었다.", "좀 더 식은 마음의 상태가 되어 그 사랑에 대해 음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싶으면서도." 같은 섬세하고 적확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열아홉 편의 짧은 소설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마음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보아야 할 그 시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