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호적도 없이 버려진 채로 살아온 소년이 있다. 사회적으로 없는 존재인 마치다는 매일 어두운 터널 속을 걷듯 살아왔다. 의무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한 번 본 것은 사진을 촬영하듯 기억에 새기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마치다. 범죄가 세계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어둠의 조직을 이끌어온 무로이는 그를 발견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에게서 도망치려는 마치다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33세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해,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야쿠마루 가쿠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작년 내한 인터뷰에서 "미스터리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한 가장 큰 원동력은 범죄에 대한 분노와 증오"였으며 "범죄로 인한 비극을 그리면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지 작품을 통해 계속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 천재 소년과 그를 둘러싼 어둠을 통해 사회 제도에 질문을 던진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줄거리와 휘몰아치는 반전 등 특유의 매력이 잘 발휘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