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그런데 어쩐지 정해진 각본대로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저자 엠제이 드마코가 그 아픈 곳을 꼬집는다. 그가 말하는 각본이란 '자발적 채무와 평생의 노역이 우리를 가두는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이다.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주택담보대출처럼 '정상적'이고, 주 5일 근무, 9시 출근 6시 퇴근, 정년퇴직처럼 '안전한' 삶 말이다. 그는 묻는다. 이것이 우리의 생각인지, 타인의 생각인지를. 그는 자본가들이 만든 각본을 사는 이들은 현대판 노예와 다름 없다며, 책의 제목(Unscripted)처럼 각본 없는 삶을 살 것을 주문한다. 10년의 부유한 노년을 위해 50년 동안 젊음을 소진하는 시간팔이의 삶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가 3년 간 공들여 집필했다는 이번 신작은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실천에 옮긴 독자들의 피드백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하여 각본 탈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탈하게 서행차선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때 드마코가 던진 질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삶인가, 타인이 원하는 삶인가. "인생의 황혼이 찾아와서 타임머신을 꿈꾸게 될 때를 기다리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뭐, 타임머신이 생길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그의 말을 가슴에 담아 본다. 오늘은 Eagles의 'Life In The Fast Lane'을 들으며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