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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긴 세월 탓인지 현실 정치에서의 몰락 때문인지, 오늘날 혁명의 유산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E. H. 카는 “프랑스 혁명이 그렇듯이, 러시아 혁명도 한쪽에서는 인류를 과거의 억압에서 해방시킨 이정표로 찬양받고, 다른 쪽에서는 범죄이자 재앙으로 비난받는 식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서 양 극단의 평가을 받을 것”이라 예견했지만, 그 시한마저도 지나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오늘이다.
그럼에도 E. H. 카의 <러시아 혁명>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하층계급들’이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고’, ‘상층계급들’이 더 이상 옛날 방식을 유지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억압받는 계급들의 고통과 곤궁이 평상시보다 한층 더 극심해질 때”라는 전제가 오늘과 다르지 않고, 표현과 방향, 정도는 다르겠으나, 그럴 때 비로소 "혁명은 일어난다.”는 일말의 기대와 걱정도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터, 어느 쪽에 서든 당대가 어떠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며 다음은 어떠해야 하는지 대비해야 할 텐데, 이 책이야말로 그런 양쪽의 시선 속에서 균형 잡힌 서술로 평가 받아온 저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