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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람은 키워 쓰는 게 아니라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반면에 자신을 크게 바꾸어(그 바뀐 모습이 어쩌면 무의식적인 지향이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세상을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속담이나 격언은 이쪽 저쪽 결론에 맞춰 다 만들어 놔서 어떤 사례에건 써먹을 말이 있다는 얘기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바뀌고 반성하며 또 누구는 (어째서) 그렇지 못할까. 이 수수께끼 역시 요즘 애들 버르장머리 없다는 한탄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고전부 시리즈와 소시민 시리즈에서 일견 비슷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거리를 둔 채 적당히 내 관심사만 챙기며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입지도 않고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꽤 괜찮은 시민이 아닌가?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좋은 시민이지만, 좋은 친구라고는 할 수 없다. 아니 꼭 친구가 필요한가?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신만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 타인을 만나고 이해하고 함께 손잡는 일은 이 두 시리즈의 친구들에게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성격은 이 친구들을 일종의 사회적 진공 상태 속에서 살아가기를 권했지만, 자꾸만 맞부딪히는 세계는 이들에게 우정과 연대를 권하고 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물론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고전부 시리즈의 최신작에 이어 소시민 시리즈의 이번 신작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두 주인공은 순수하고 무고한 추리의 성역에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선택은 그 밖에서부터 다가오는 세계를 받아들이느냐 부정하느냐다. 비슷한 폐쇄성을 가진 주인공들을 이용한 수많은 작품들이 그 주인공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고무했던 데 반해, 요네자와 호노부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을 어떻게 세계를 향해 전진시킬까를 고민하는 듯하다. 이 폐쇄적인 '소시민' 추리 매니아 친구들은 이제 세계-시민과의 경계 근처를 맴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 고민하는 건 그 자체로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시리즈를 읽는 모두가 함께 응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