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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애초 대화로 시작했다. 어떤 이는 자신과의 대화로, 어떤 이는 다른 대상과의 대화로, 그러다 서로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주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때로는 생각의 결이 겹치기도 하고 그보다 자주 생각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는데, 전개도 정리도 덜 된 온갖 주장이 오가며 벌인 논쟁의 과정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오다가도, 그런 생각의 파편과 파격이 부딪히며 더 나은 세계를 꿈꿔왔다는 데 이르면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철학의 특징 가운데 화해보다는 격돌에 주목한다. 유구한 철학사에서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철학자가 나서서 자신이 찾은 답을 들려준다. 상대는 이야기를 잘 듣는 척하지만 수긍이 아니라 반격을 위해 귀를 기울일 따름이다. 철학계의 큰 형님 소크라테스가 나서서 중재를 해도 타협은 쉽지 않다. 하긴 그리 쉬운 일이었다면 다시 따질 이유도 없었을 터, 2500년 넘게 이어진 사유의 각축이 시대를 초월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이니 만큼,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당신의 주장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