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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류문학론>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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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것은 진정한 퇴폐도, 성적 해방도, 낭만도 아니다!”
관습과 권위, 편견과 억압을 깨고 읽는 남류문학론


무라카미 하루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오 도시오, 미시마 유키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여섯 명의 남성 작가를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거울 앞에 세운 책. 오랫동안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남류문학론》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된다. 문학평론가 사이토 미나코는 《남류문학론》이 출간되던 순간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아침 10시, 서점이 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 문학작품을 읽고 불쾌함을 느껴도 그것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한꺼번에 해방되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 남성중심적인 텍스트로 문단의 대문호 자리를 꿰찬 ‘남류작가’들과 무비판적으로 이들을 떠받드는 ‘남류평론가’들, 다른 목소리를 수용할 줄 모르는 경직된 문단까지 한꺼번에 때려눕힌 《남류문학론》의 출간은 격렬한 찬반양론을 일으키며 페미니즘 비평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밀, 이서영, 백설희, 밀사 등 여성 작가 및 활동가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했다.



저자의 말

‘남류문학’이 얼마나 기분 나쁜 것인지 번갈아 떠드는 세 여자의 대화를 듣고 공감하지 못하거나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남성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여류문학’을 멋대로 재단해온 남자에 대한 여자의 불쾌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성’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아두는 것도 나쁠 건 없다. 그리고 그것을 ‘무지, 몰이해’라 부르기 전에, 어째서 그렇게 보이는지를 자문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_우에노 지즈코

이제 페미니즘 비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에게는 ‘낯선 것’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것’이 되었고, 곧 ‘기성의 것’이 되었으며, 어느덧 ‘그 한계가 여기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페미니즘 비평이 이미 짜인 판 위에서 99.998과 99.999의 차이를 메우는 작업으로 돌아간다면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출구는 있다. 그 힌트는 이 책의 ‘권위의 규칙’에 물들지 않은 부분에 숨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_오구라 지카코

인간 세상에 유구히 이어지는 ‘팔루스 왕국’과 ‘여성혐오’를 가장 잘 비추는 거울이 바로 문학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더욱더 ‘문학’이야말로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중략) ‘문학’에 대한 불신이나 경멸이 생겨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얽히고설켜 있겠지만, 그것을 생각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명작’이나 ‘문학작품’을 읽고 그것들이 ‘여성’이 부재한 비평의 축적에 의해 만들어진 가치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_도미오카 다에코

편집자의 말

30년 전, 수도 없이 도서관을 오가며 온갖 문예지와 서평을 복사해 세 개의 박스에 차곡차곡 담던 한 편집자를 생각한다. 그 모든 자료를 밑줄을 치며 꼼꼼히 읽고 출판사 회의실에 모이던 세 여자를 생각한다. 그들이 얼마나 비장했을지, 때로는 분노하고 대체로 즐거웠을지를 상상해본다. 긴 시간을 지나 그 시간을 한국어판으로 내놓는 마음이 그렇다. 우선은 비장하고, 때로 분노했으며, 대체로 즐거운 마음. “우리는 2류, 3류 문학을 소재 삼아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아서 남자들이 그 가치를 의심할 엄두도 못 내는 작가만 논하고 싶었다”라고 우에노 지즈코 선생은 선언한다. 문학상과 심사위원, 문단 내 지위 등을 꿰찬 ‘대문호’들의 최고의 ‘남류문학’만을 골라 새로운 거울 앞에 세운 세 여자의 시도는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여성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거울을 원했고, 너무나 오랫동안 이 책을 기다려왔다. 그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부디 읽어주시길.
_편집자 이승희

책속에서

우에노: 오쿠모토 다이사부로(프랑스 문학자, 교수-옮긴이)가 아주 명쾌하게 이야기했죠. ‘요시유키 준노스케의 여성 독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그의 작품을 애독하는 여성이 적지 않고, 작가 본인도 여고생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어느 대담에서 겸연쩍은 듯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는 아니지만, 이는 사냥꾼의 총포 끝에 작은 새가 앉은 경우라고나 할까. 내가 이렇게 느끼는 건, 요시유키 준노스케가 틀림없이 여성혐오 사상의 계보에 위치한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여요. ‘여성혐오 사상을 가진 자들의 약점이란 도무지 여자에게 무관심해질 수 없다는 점이다.’
_43페이지

우에노: 저는 미시마 유키오가 왜 그렇게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애착을 가졌는지 모르겠어요. 미시마와 다니자키, 이토록 다른 두 작가가… 생리적으로도 아마 맞지 않았을 텐데, 미시마는 거의 맹우盟友라 해도 좋을 만큼 다니자키에게 빠졌고, 자신과 같은 장르에 속하는 작가로 그를 평가하고 있죠.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건, 두 작가의 소설 모두 ‘카테고리로서의 여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양쪽 다 카테고리예요. 그러니까 미시마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인물, 이런 상황, 이런 관계라는 설정을 해두면, 이번에는 등장인물끼리 알레고리컬하게 우의寓意적인 운동을 시작해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말을 향해 가죠. 때문에 예상 밖의 전개란 있을 수 없어요. 등장인물들이 관계에 의해 서로 변용되는 과정도 없고요. 완벽하게 알레고리컬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끝나요. 그러한 점은 미시마도 다니자키도 비슷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관계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든지, 인간을 그려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죠.
오구라: 여성의 성도 그려내지 못했지만, 이 사람은 과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걸까… 남자의 성은 그려낼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단 말이죠.
_190페이지

우에노: 애욕 속에서 스러지는 게 스이의 극치잖아요.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관념에 의해 스스로 스러지는 거니까요. 그러니 마스터베이션을 과도하게 하다가 죽는 수컷 원숭이가 느끼는 희열과도 통하죠.
도미오카: 그럼 이 작가에게 여성이란 뭘까요?
우에노: 마스터베이션의 도구죠. 쾌락 장치. 거대한 구멍이 뚫린 어둠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_229페이지

우에노: 성적인 메타포가 많죠. 예를 들면 치료를 위해 남성 호르몬을 투약하거나.
도미오카: 입가에 수염이 진해지고.
우에노: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거나.
도미오카: 맞아요.
우에노: 정말이지 단순한 심볼리즘이에요. 에토도 말했지만, 도키코 안에 숨겨진 여성성에 대한 자기혐오와 남성이 되고 싶다는 욕망의 심볼. 여자는 남성화한 뒤에야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도미오카: 고지마 노부오가 거기까지 생각했을까요.
우에노: 생각 안 하고 무의식적으로 썼다는 게 작가의 무서운 점일지도 모르죠.
_287페이지

오구라: 오타쿠도 집단에서는 허초점 같은 존재이지만, 자기 중심점을 향해 구심적으로 움직이잖아요. 와타나베한테는 그조차 없어요. 허초점마저 존재하지 않죠. 예를 들면 이 사람은 매사에 ‘관심 없다’고 해요.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사실은 엄청나게 관심이 있다는 게 드러나요(웃음). 나가사와 선배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하죠. ‘나는 그의 인간성의 무척 기묘한 부분, 복잡한 부분에 관심이 갔지만, 성적이나 아우라나 남자다움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도미오카: 그렇게 말하면서…
오구라: 세 페이지만 넘기면 나가사와를 따라 술을 마시러 갔더니, 여자들이 모두 나가사와의 이야기에 감동하거나 웃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전부 나가사와의 마력이다. 나는 정말이지 엄청난 재능이라며 매번 감탄한다.’ 아무 관심 없다고 하면서 인기 있는 남자의 인기에 무척 관심을 갖죠. 콤플렉스를 품고 인기 있는 남자를 모방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우에노: 빨판상어처럼.
_328페이지

도미오카: 아까 했던 이야기와 연결되는데, 읽으면서 느낀 게 하나 더 있어요. 사람이 너무 잘 죽어요. 소설 창작의 측면이랄까, 작가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안이한 방법이에요. 나오코를 죽이는 건 너무 간단하잖아요. 나오코를 계속 살려뒀다면 와타나베는 어쩌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을 테죠. 나오코를 버리면 인간 말종이 되고 다른 여자와 가까이 지내면 불성실하다는 말을 들을 것 같은 그 괴로움. 그런 게 현실 아닌가요?
오구라 : 《죽음의 가시》와 반대죠.
도미오카 : 보통은 그렇죠. 죽으면 너무 간단히 끝나요.
_347페이지

우에노: 〈마이니치신문〉의 익명 칼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섹스 묘사는 새롭다. 이 섹스 묘사는 풍속을 바꿀 것이다’라는 평가가 있었어요. ‘무언가가 조용히 일선을 넘은 종점에 도달했다’나 ‘물을 마치고 컵을 내려놓는 듯한 성 묘사’라는 평가도 있고요. 그런데 뭐가 새롭다는 거죠?
도미오카: 지금까지의 성 묘사는 어설픈 메타포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이 작가는 메타포가 아니에요.
우에노: 여자의 직접화법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죠.
도미오카: 맞아요. 여자의 말투나 어휘의 차원에서 표출되어 있어요. 지금까지의 섹스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손으로 해줄까 어쩔까 하는 식의 내용은 많았어요. 하지만 그건 남자의 은어적 세계였죠.
_352페이지

우에노: 지금 도미오카 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역시 작가는 다르게 읽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네요. 사실 그건, 없는 걸 내놓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하루키에게는 불가능하다고요.
도미오카: 미안하네요(웃음).
우에노: 아쉽다는 말도 좀 아닌 것 같아요. 이도 저도 아닌 이 애매함이 그의 한계이며 장점이죠. 이 세련된 해석이라고 할까, 단문과 세련된 대화의 조합이 초기 단편부터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존재했으며, 이걸 만일…
도미오카: 어느 쪽이든 좀 질척거리게 해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이군요.
_380페이지

우에노: 만일 미시마가 20년만 늦게 태어나 1980년대 일본에서 자신의 이 같은 생활상을 모두 담은 ‘라이브 퍼포먼스’를 상품화했다면 《가면의 고백》에 나온 것 같은 호모섹슈얼도 상품화됐을 텐데요.
도미오카: 맞아요. 《가면의 고백》 제일 처음에 나온 것처럼, 달라붙는 작업복을 입은 분뇨 수거인 청년을 동경했던, 그 감정을 철저하게 따라가면 뛰어난 동성애 소설을 썼을 거예요.
_408페이지

우에노: 풍속소설로서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왜 그런 작가를 소설의 대가라고 칭송하는지 모르겠어요. 발자크적인 의미의 로망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캐릭터를 창작한 사람이 소설 외부의, 신神적 위치에서 등장인물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3인칭 소설인 거고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로 오면 1인칭 소설밖에 쓸 수 없게 되죠.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나오코며 미도리는 결국 전부 주인공이 반영된 존재이고 타자가 아니에요. 작가가 그 안에서 특권적인 외부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의 세계는 로망이 아니게 되죠. 로망을 쓰지 못하게 된 거예요.
도미오카: 로망이 아니면 뭐죠? 그가 쓰는 건.
우에노: 실패한 사소설 아닐까요. 최소한 사소설에는 리얼리즘이라는 게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도 사라졌어요. 본인은 로망의 부활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요. 이를테면 존 어빙이 등장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에게 무척 끌린 건 소설이 복권되었다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은 그러지 못하고 있죠.
_421페이지

우에노: 결혼의 압박 때문이 아니에요. 미시마는 결혼 같은 것엔 아무 생각도 없었을 거예요. 부인에 대해서도 그렇고.
도미오카: 아이에 대해서도?
우에노: 그렇게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예요.
도미오카: 아, 그래요. 나는 미시마가 죽은 건 정치적인 동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에노: 네?
오구라: 새로운 주장이네요.
우에노: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웃음).
도미오카: 아무도 안 했죠.
우에노: 결혼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도미오카: 모순이 아니라, 요컨대 우습게 봤던 거예요. 결혼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양한 레토릭을 동원해서. 하지만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던 거고요.
_426페이지

우에노: 그야말로 철벽의 순환논법이죠. 이를테면 현명한 여자란 없다, 하고 말해놓고 마지막에 ‘모든 면에서 여자는 여자를 모른다. …여자가 자신의 본질을 똑똑히 자각했을 때, 아마 그녀는 여자가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일 것이다’라고 말하죠.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철벽의 순환논리 구조예요. 이런 시대에 만일 여자로 태어나 미시마의 로직에 걸려들면, 여자도 좋은 꼴은 못 볼 거예요. 도망칠 길이 없달까, 출구가 없는 느낌이겠죠.
도미오카: 정말 그래요.
우에노: 그러니까 이건 이중 구속이에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자를 바보 취급하고, 이해하는 순간 여자가 아니게 되죠.
도미오카: 지금도 이 규칙은 건재해요. 미시마 유키오가 너무 노골적으로 써놔서 지금 읽으면 우스꽝스럽지만.
우에노: 정말 100퍼센트 여성혐오자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오히려 우스워 보이는 것 같아요.
_445페이지

오구라: 미시마는 (전후를) 비극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 미시마가 멋대로 희극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신 비극이 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건가요.
도미오카: ‘그게 뭐 어쨌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오구라: 서민의 뻔뻔스러움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말이죠.
도미오카: 분명 그렇죠. 그때 제 반응은 문학자로서의 불쾌감이 아니라 서민의 불쾌감이었을 거예요. 미시마는 전후 민주주의를 무척 적대시했잖아요. 하지만 서민인 우리는 민주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에 먹고살게 된 거고요.
_449페이지

추천사

여성 작가들의 문학을 ‘여류문학’이라며 주변화해온 역사에 페미니즘 비평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쾌하고도 도전적인 반론. 이 책을 읽으면 특수하고 주변적인 존재는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이며, 여성혐오와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그들의 문제가 이제껏 인류의 문제인 양 문학의 거대 담론으로 격상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여자가 쏟아내는 재치 넘치는 독설이 연신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_아밀(소설가, 번역가)

문학을 사랑한다는 남자 선배들은 하나같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과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를 추천했고, 그 독서는 어김없이 환멸로 이어졌다. 여성 문학 애호가라면 한 번씩 겪었을 이런 상황에, 취향 있고 강단진 세 여자는 적절하게도 ‘남류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론 한국의 문학 애호가들도 참지 않고 누이의 젖가슴 같은 산과 어머니의 젖줄 같은 강에 ‘한남문학’이라는 강속구를 던져왔지만. 그래, 국제연대가 별건가.
_이서영(소설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깨지는 건 남작가들의 위선과 체면이다. 일본의 이름난 대문호들이 실상 여성혐오적이고, 철저히 여성을 객체화하며, 자신들이 반쯤 몸담고 있는(?) 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이 대단한 세 여자의 입을 통해 까발려진다. 남혐문학론이라 일축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인정하자, 당신도 재밌지 않은가?
_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어쩌면 이것은 ‘소외’의 이야기이다. 소외라는 이름의 성채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저변에 숨어든 사람들과 그들의 와해된 말글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외와 싸우는 이야기이자 성채의 주인들이 소외된 자리를 폭로하는 이야기이다. 우에노는 예리한 메스를 다루고, 도미오카는 섬세히 매듭을 수습하며, 오구라는 정확히 바늘을 내리꽂는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잔해를 쥐어볼 수 있고, 다시금 심호흡할 수 있다.
_밀사(작가, 활동가)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미시마 유키오까지, 저명한 ‘남류작가’들의 작품과 그에 대한 평론을 ‘악명 높은’ 간사이 여자 셋이서 통쾌하게 때려눕힌다! 문학작품을 읽고 불쾌함을 느껴도 그것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한꺼번에 해방되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비판 없이 남류문학을 떠받들어온 ‘남류평론가’도 도마 위에 오른다. 무엇보다도 리스크를 무릅쓰고 좌담의 형식을 택하여 문단 내부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_사이토 미나코(문학평론가)

차례

요시유키 준노스케:
모래 위의 식물군/ 취우/ 해 질 녘까지
참을 수 없는 현실감 부재
성의 구도자, 1960년대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삭제하며 읽는 불필요한 장치들
여성혐오자의 엄청난 거짓말
쾌락에 젖은 신음, 심화되는 여성혐오
통속적인 소시민의 사소한 모험
작가의 자의식 과잉이 드러나는 〈취우〉
격차 게임: 인형사와 인형
환호하는 남자들과 이론으로 무장하는 여자들
체제 옹호로 이어지는 왜소한 자아

--

시마오 도시오:
죽음의 가시
고대의 무녀인가, 근대의 여성인가
죽지 못하는 남자의 애매함과 성실함
병의 왕복기로 읽는 《죽음의 가시》
표현과 체험 사이
문체의 힘과 이형의 타자
근대 성애의 이중구속
애인과 아내: 진보된 근대성과 뒤처진 근대성
사랑의 순교인가, 이해타산인가
《죽음의 가시》는 포스트 《무희》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친 사랑/ 만
문체의 불쾌함에 대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정말로 성을 그리는가
카테고리로서의 여자, 애완동물로서의 사랑
타인이 욕망하는 것에 끌리는 법
여성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는가
풍자로서의 《미친 사랑》
다니자키의 애욕은 무섭지 않다
마조히즘적 인격, 반증으로서의 승리
윤리의식이 결여된 세계의 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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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노부오:
포옹가족
‘미국’이라는 기호 없이
에토 준과 《성숙과 상실》
흘러넘치는 찝찝한 풍요로움
넘쳐나는 성적 메타포와 부당하게 그려지는 여성
용서와 화해의 어중간한 그로테스크함
고독해질 수 없는 남녀
일본의 카미유 클로델
비평가의 역량은 20년 뒤 드러난다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와타나베 군은 블랙홀
여성의 리얼리티
작가론보다 독자론을 유발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런이런’ 와타나베 군의 리얼리티
섹스 장면이 많다, 죽는 사람도 많다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는 원죄
커뮤니케이션과 연애의 불가능성
반복되는 리듬, 짧은 문장
관계 맺지 못하는 시대, 관계 맺지 못하는 연애소설

--

미시마 유키오:
교코의 집/ 가면의 고백/ 금색
주제로서의 권태, 지루한 독자
미시마 유키오가 동 세대에 보낸 것
《가면의 고백》이 동성애 소설이 아닌 까닭
축제가 끝난 뒤를 살아가는 세대
결혼이 미시마 유키오를 죽였나
시대의 호모포비아가 선택한 논리적인 죽음
여성혐오의 본질, 도움이 되는 자신이 싫다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
몸과 정신의 상극, 안티 리얼리티
슬프고도 짧은 만남
미시마 유키오의 르상티망
스모선수와 미소년으로 양분된 취향
성에서 인격이나 구도를 찾으려 했던 기묘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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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문학이라는 연못에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돌을 던지다_우에노 지즈코
하나에의 비극_오구라 지카코
‘여성’이 부재했던 시대를 지나 비평의 안드로지너스로_도미오카 다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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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후기

축제가 끝나고_우에노 지즈코
출구는 있다_오구라 지카코
시대라는 일꾼_도미오카 다에코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 교토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문사회계 박사를 취득했다. 간토사회학회 회장과 일본학술회 회원을 지냈고, NPO법인 여성행동네트워크(WAN) 이사장, 일본사회학회 이사, ‘혐오 표현과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에도 소속되어 있다. 1994년 《근대가족의 성립과 종언》으로 산토리학예상을, 2011년 《돌봄의 사회학》으로 아사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여자들의 사상》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불혹의 페미니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 등이 있다. 2024년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었다.



오구라 지카코(小倉千加子)
심리학자이자 여성학자. 여성학과 젠더론, 심리학을 주로 다룬다.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공간 공포의 정신병리에 관한 고찰: 젠더론적 공간 분리 모델의 시도〉로 고베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사카 세이케이대학과 아이치 슈쿠토쿠대학교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는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1988년 첫 저서 《섹스신화해체신서(セックス神話解体新書)》』를 발표하며 “성행위 자체가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저서로 《결혼의 조건(結婚の条件)》, 《빨간 머리 앤의 비밀(〈赤毛のアン〉の秘密)》, 《슈뢰딩거의 고양이, 패러독스를 살다(シュレーディンガーの猫 パラドックスを生きる)》, 《풀밭에 하이힐, 안에서 밖으로의 욕구(むらにハイヒール 内から外への欲求)》 등이 있다.



도미오카 다에코(富岡多恵子)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 오사카 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시인으로 데뷔,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후 소설, 문학 비평, 영화 시나리오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2008년 일본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장편소설 《식물제(植物祭)》로 다무라 도시코상을, 《명도의 가족(冥途の家族)》으로 여류문학상을, 《히베루니아 섬 기행(ひべるにあ島紀行)》으로 제50회 노마문예상을 수상하였다.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동반 자살(心中天網島)〉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였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앨범 〈이야기처럼 고향은 멀다(物語のようにふるさとは遠い)〉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소설 《파도치는 땅》으로 알려졌다. 2023년,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옮긴이

최고은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상오단장》, 온다 리쿠의 《도미노》,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 《소멸세계》, 요코야마 히데오의 《빛의 현관》 《64》 등이 있다.


도서 정보



도서명: <남류문학론(男流文学論)>

분류: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화
판형: 150*188mm / 512쪽 내외
정가: 24,500원
출간 예정일: 2024년 12월 16일
펴낸곳: 버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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