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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김형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9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함평

직업: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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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삶은 그렇게 물길 따라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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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2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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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자기를 무너뜨리는 것은 자신이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폭력은 없다. 인간의 존엄은 그 내부에서 넘쳐 나오는 것, 이를 지키기 위하여 그는 금치산자의 누명을 벗지 못하면서도 오늘도 여전히 외로움을 견딘다. 실제로 그가 세속적 탐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부르는 ‘봉숙이’의 가락 속에 한없이 정갈스럽고 한없이 깐깐한 이광재의 소설 문체가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산문에는 외로움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승리하는 자의 내공을 부여하는 광활한 대지가 따라다닌다. 그의 세계는 한없이 고독하고, 그의 행동거지는 한없이 사려 깊으며, 그의 예술적 감정은 한없이 도발적이다.
2.
우리는 오늘도 신호등을 건넌다. 날마다 세 겹, 네 겹, 수십 겹씩 중첩되는 체제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 스며든 권력과 폭력의 야만성을 향하여 양기창의 시는 한없이 차분하지만 통렬하게 저항한다. 수갑과 포승을 차면서도, 이명에 시달리면서도, 독방에서 편지를 읽으면서도 진솔하고 순박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저 순결한 「눈 내리는 풍경」을 보라. 언제나 자신의 말투로 디지털 문명이 강제하는 무한경쟁의 틈새를 허물고 불굴의 인간과 윤리를 그려내는 이 소박한 시 형식을 21세기의 리얼리즘이라 부르자.
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노인 하나가 죽는 것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체험 속에 스며있는 자연과 풍속과 역사의 가치는 그만큼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다. 오래 묵은 낱말과 곰삭은 생각들로 구멍 난 것, 삭은 것, 이승의 기억들 끝에 겨우 매달려 있는 것들을 포획하는 정여운의 시는 오늘날 욕망의 속도에 사로잡힌 문명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가는 유능한 말들을 훌륭하게 뒤엎는다. 이 시대로 하여금 ‘좋은 언어’ ‘선한 언어’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인간의 숨결에 담긴 ‘먼 곳’의 가치를 끝까지 연민하는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에 뜨거운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이지호는 외침의 형식보다 속삭임의 형식을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가 선호하는 섬세한 언어들은 테제를 발표할 때보다 내밀한 사유를 개진하는 일에 훨씬 적합하다. 당연히 세상사에 대한 이해심이 넓고, 사려 깊으며, 따뜻한 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난 데가 없는, 세상의 모퉁이를 차지한 아낙네나 노인이나 풀, 허수아비, 물소리 같은 것들에서 길어 올린 서정의 울림들은 우리를 한사코 다소곳하게 만든다. 예전에 순전히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촉발되곤 했던 ‘빈집’에 대한 통찰의 소재들조차 이지호에게 이르면 전혀 다른 고고학적 그리움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시적 사유가 과거의 영토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접촉하는 사물과 현상의 표면에서 금방이라도 물방울을 굴릴 듯이 팽팽한 시적 진술의 힘은 그 멈추지 않는, ‘미지’를 향한 돌진과 사유의 연쇄에서 나오는 것이다. 화자가 어린 시절의 장바닥을 서성거릴 때조차 여백이 안 보일 만큼 촘촘하고 울창한 이미지의 숲들, 예컨대 자전거, 손수레 따위의 바퀴들 틈으로 사람들이 내려가는 길을 화자는 올라가면서 바라보고, 반대로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화자는 내려가면서 소통하는 「도깨비 시장」을 보라. 이를 통해 이지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사변도 아니고 물리학적 공상도 아니다. 세계의 맨살과 마찰할 때 인간의 감수성 속에서 번뜩이는 심장 박동 같은 사유의 숨결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동시대에 대한 사랑과 연대감을 낳는다. 옛사람들은 이런 걸 신학적 은총이라 불렀고, 지금 사람들은 이를 영적 감응 능력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 내성적인 피사체가 표출하는, 마치 침묵의 전파 같은 미학적 개성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나는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담은 「에필로그」나 「걸음의 문양」을 깊이 읽도록 권하고 싶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더러 상황 논리에 매달리는 전전긍긍이 없지는 않다. 또한 ‘노래’의 길을 벗어나 ‘산문적 웅변’으로 가려는 어색한 일탈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도대체 식상할 틈이 없다. 모든 발상이 독창적이다. 그리고 세상의 관성과 싸우는 이 절절한 악전고투의 기록이라니! 금세기의 문명을 통과하는 생명체가 나날이 겪는 긴장의 흔적을 이만큼 진정한 운율로 담는 예는 흔치 않다. 시야도 넓고 여백도크다. 지루한 반복과 관행으로 가득 찬 일상의 늪을 단번에 전복하는 반전의 솜씨는 천부적이다. 나는 시를 읽다가 여러 대목에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오빠」, 「빈틈」, 「불쑥」, 「이 남자의 사는 법」 같은 짧은 절창들은 특히 잔상에 오래 남을 것 같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8일 출고 
권이화의 시는 형용사들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티 없이 맑은 실존의 하늘 아래 모래시계처럼, 또는 시시포스의 일상처럼, 혼신의 힘 을 다해서 움직이거나 늘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그것이 욕망하는 것 은 텅 빈 자리이다. 그러니까 그는‘ 비어서 채워지는 세계’를 꿈꾸는 시 인인 셈이다. 소묘되는 풍경에 도취되지 않는 정갈함, 일체의 무거움 을 걷어버린 추상의 세계에 깃드는‘ 낮’과‘ 밤’ 그리고‘ 별’과‘ 새’들에 게는‘ 영원’과‘ 찰나’가 함께 숨 쉰다. 주목할 것은 오히려 어떤 이념적 강박도 없이‘ 지금 현재’를 수놓는‘ 동사’들이다. 이렇게 대지의 표정 과 동작과 동선을 바느질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꿰어내는 기법을 나는 ‘초월적 이미지즘’이라고 명명해두고 싶다.
7.
참으로 오랜만에 존재의 신성함을 경험했다. 실로, 실로 오랜만에 세계의 비의에 몸을 떨었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도덕적 자긍심을 낮추지 않던 단독자의 고독, 그 비애와 슬픔과 연민과 고뇌들이 모여 강철 이미지로 전이되는 광경을 보라. 소설을 읽으면서 적어도 세 곳에서 울음이 복받치는 것을 누르지 못했다. 이 인물이 바로 그, 한국현대사를 뒤흔들며 오만하도록 당당했던 세대가 눈부셔하던 그가 맞다. 우리가 그토록 경외해 마지않던 저 고적한 인간의 실체에 가장 근접한 거리까지 육박해 간 작가에게 갈채를 보낸다. 한국문학의 어느 모서리에 이렇게 위엄에 찬 인간형이 출몰한 적이 있었던가.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6일 출고 
박혜지의 소설은 늘 세계의 원본과 낱개의 인간들이 마찰하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심연이 어떻고, 내면의 숨결이 어떻고 하는 관념적 엄살로 직조된 산문들과는 종자가 다르다. 끝없이 좌절하는 일상과 절망을 감내하는 정신의 크기도 범상치 않고, 온갖 마이너리티들의 숨결을 통해 서사와 지성의 결합을 엮고자 하는 지적 근성도 갖춰져 있다. 하층 서사의 긴장을 견뎌내는 문장들, 민중적 장면 묘사의 역동성을 놓치지 않는 질박하고 섬세한 문체는 압권이다. 신나는 일이다. 인간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광활하게 텅 빈 문명의 내부를 우리는 장차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박혜지는 한사코 굼뜬 걸음으로, 초라하고 허술한 약소자의 사생활에서 첨단의 인간관계와 윤리를 발굴해간다. 섣불리 주목 받고 조명 받으려는 시류에 결코 매이지 않는 이 고독한 ‘서사 정신’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7,560 보러 가기
이 책은 문학 기행에 대한 하나의 답안처럼 보인다. 시적 광휘와 산문적 명징함이 살아 있는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덧없이 해체되어 가는 한국인의 정서적 근거지이자 마음의 고향들이 안내자에 따라 얼마든지 재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문학관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책에 갈증을 느끼던 차에 참으로 반가운 책을 얻게 되었다.
10.
초원의 유목민에 대해 이만큼 통달한 서술을 본 적이 없다. 이 압도적 디테일을 보라. 오직 그들과 자고 깨고 시달려서만 얻을 수 있는, 실로 무지막지한 실감의 세계가 펼쳐진다. 타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자기와 다른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은 자아 구축에 어떤 자극을 주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교본’이라 할 것이다.
11.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종래 시각 매체로 표출하던 서사를 이번에는 ‘말’로 드러낸다. 언젠가 작을 소(小) 소리 설(說) 자를 쓰는 잔소리 문학이 아니라 ‘큰썰’을 풀겠다 하여 등장한 ‘대설’의 진경이 여기에 있다. 근대적 시공의 문법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복하는 홍성담의 세월호 이야기야말로 폐쇄된 장르 틀에 얽매인 기존의 소설과 한국적 에세이 양식들을 보기 좋게 뒤흔들어버리는 일대 반란이 아닐 수 없다. 고요히 잠든 숲에 맹수 하나가 뛰쳐나온 듯이 일파만파 파문이 인다. 길가에 숱한 영감의 새떼들이 날아오른다. 오직 유럽 서사만을 절대 가치로 아는 작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마당극이 가능한 서사, 애니메이션이 가능한 서사, 춤과 음악이 가능한 서사가 우리 안에서 아무 예고 없이 그만 돌출한 것이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한없이 곱고 맑은 이미지로 가득 찬 이 책에서 나는 낯선 따뜻함을 느낀다.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사랑’의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 같은…. 하루하루 써 내려간 문장들이 모두 연애편지처럼 달콤한 ‘구원’의 물 주기다.
13.
  • 세월의 쓸모 - 그리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 신동호 (지은이) | 책담 | 2015년 5월
  • 12,000원 → 10,800원 (10%할인), 마일리지 600
  • 8.6 (7) | 세일즈포인트 : 214
근대문학이 숨을 멎기 전에 기록해야 할 지상의 마지막 풍경들을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기억의 향연 같다. 시인 신동호의 심연을 구성했던 것들, 그의 내면에 사리처럼 박힌 감수성의 알갱이들. 세계를 조직하는 것이 역사나 정치의 맥락이 아니라 인간의 여백에 놓인 일상임을 이처럼 실감나게 보여준 산문이 또 있었을까.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지금 이 순간, 화려한 무대 위에서 뛴다 난다 하던 이야기꾼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이강산이 있을 뿐. 금방이라도 쫓겨날 듯이 세상 끄트머리에 나앉은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비망록들을 읽으며 나는 내내 고향 밀래미의 너른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없이 그립고 한없이 아득하다. 아무리 가슴을 쓸어도 가라앉지 않는 이야기들은 왜 깊은 어둠 속에 서 있어야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두 눈 형형하게 뜨고 야만스런 근대의 마지막 뒷모습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읽어주면 좋으련만.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도시문명의 복판은 평화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안전이 필요해서, 또는 외로움이 두려워서 자꾸만 그 복판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현대의 깊은 곳이 하나의 생명체에게 얼마나 삼엄한 장소인지, 한 운명이 그곳에서는 얼마나 수동적인 객체에 불과한지, 김민효의 소설 『그래, 낙타를 사자』는 그 ‘비명의 세계’를 그린다. 체험은 깊고 감각은 젊다. ‘삶과 죽음의 국경선’이 불타버린 잿더미 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은 세계를 오로지 걷고자 하는 일이다. 그래서 작가의 치열한 산문정신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을 선택하는, 평화 속에서 삶을 중지하기보다 고통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언젠가 루소가 말한 ‘고귀한 미개인 상’을 찾아 불타고 있다.
16.
유영민의 소설은 밤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화자가 여학생임에도 등장인물이 제도적 속박을 벗어나 또 다른 사회적 관계망을 그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중심 소재인 의류수거함을 서사의 본부처럼 배치한 탁월성에 대해서도 심사위원 전원이 감탄하였다. 주인공이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주인을 찾아주면서 다른 인물들과 얽히는 과정은 마치 시트콤 속의 인물들이 한 회 한 회의 진행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서사를 구축해가는 것 같은 효과를 빚어낸다. 에피소드 하나가 힘을 잃으면 곧장 다른 에피소드를 들이밀어 식상함을 벗어나는 솜씨 또한 단편 전문가들에게는 없는 유연하고 탄력 있는 장편 기질이 아닌가 한다. 나아가 유영민의 문체에 깃든 삶의 온기가 가득한 구어체의 숨결은 제도적으로만 단련된 문장들이 그려내지 못하는 ‘실감’의 세계를 유감없이 잡아낸다. 탁월하다.
1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무거운 실존의 비애를 사뿐히 보듬고 가는 농담도 있다. 그 밑에 잠긴 수심의 부력은 얼마나 될까? 그 팽팽한 침묵을 견디는 시, 「이슬비 이용법」, 「농사금지복」, 「출향」 같은 시들은 인디언 추장의 마지막 모습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청자, 백자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없이, 신동엽처럼 장독 항아리, 투가리 미학을 감내하는, 시인의 느리고 투박하고 능청맞은 풍자와 해학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운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차스런 일상들을 소리 없이 구원한다. 자의식 과잉과 명구(名句) 남발, 재능 낭비로 가득 찬 이즈막의 시적 현시욕에 이렇게 심하게 저항했던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 시를 읽다 웃어본 것도 울어본 것도 얼마만인지.
1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8일 출고 
조성국의 시는 세계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한다 많은 시들이 청각의 숲을 등지고 시각의 도시로 떠나버렸다. 다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의식의 독재를 즐긴다. 지극히 사적인 상징 표현의 연습도 판타지를 참칭한다. 조성국의 시는 그런 과잉된 도취에 참여하지 않는다. 피사체를 억압하는 미학적 권력의지도 없다. 그저 대지의 삶에 내장된 질서들을 찾아내기에 바쁜, 이런 시를 일컬어 우리는 세계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자의 노래라 해도 될 것이다. 그가 매번 놓치지 않는, 영원과 찰나의 충돌은 극적이고, 강렬하며, 생생한 대조를 보이지만 충분히 곰삭고 정제되어 있다. 정적 역시 억지로 정지당한 숨 막힘이나 폐쇄된 고요가 아니라 지극히 편안한 상태에서 뭔가가 막 전개되려고 하는 상승 직전의 고요이다. 생성과 소멸을 향한 동시적 드라마를 정물화처럼 펼치는 차분한 ‘관조의 힘’이 그의 시적 열쇠이다. 첨단문명의 성채에 위축되지 않고 마음의 평정과 노래의 자유를 누리는 모국어의 위안이 아닐 수 없다.
19.
참으로 오랜만에 존재의 신성함을 경험했다. 실로, 실로 오랜만에 세계의 비의에 몸을 떨었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도덕적 자긍심을 낮추지 않던 단독자의 고독, 그 비애와 슬픔과 연민과 고뇌들이 모여 강철 이미지로 전이되는 광경을 보라. 소설을 읽으면서 적어도 세 곳에서 울음이 복받치는 것을 누르지 못했다. 이 인물이 바로 그, 한국현대사를 뒤흔들며 오만하도록 당당했던 세대가 눈부셔 하던 그가 맞다. 우리가 그토록 경외해 마지않던 저 고적한 인간의 실체에 가장 근접한 거리까지 육박해 간 작가에게 갈채를 보낸다. 한국문학의 어느 모서리에 이렇게 위엄에 찬 인간형이 출몰한 적이 있었던가.
20.
이 소박한 구어적 진술들 안에는 한 문명의 야만적 음지를 폭로하는 장쾌한 생명의 소리가 포착되어 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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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소년병 시절을 온통 그와 함께했다. 정처 없이 흘러들어간 인문학적 오지에서 5. 18을 만났을 때는 얼마나 무너졌던가? 생명과 세계에 대한 그의 감수성을 나는 신뢰했다. 아직도, 「4월」을 보라. 「떡갈나무의 봄」을 보라. 그가 내뿜는 동화적, 목가적 상상력은 허명에 절대 물들지 않는다. 고향을 버린 자가 득도를 해야 돌아오는 순정의 전선을 숱한 유혹 속에서도 옹고집으로 지켰다. 이 시편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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