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포노 사이엔스(Phono Sapiens)’라는 새로운 인류를 칭하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신인류는 오프라인(off-line)보다는 온라인(online), 그 중에서도 모바일 생태계로 점점 흡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오프라인이 아니면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기 힘들고, 또 현장에서 체험해야만 알 수 있는 산업 중의 하나가 마이스(MICE) 산업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뜨거운 공기, 사람들 간의 호흡, 세상에 처음 내놓는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역사적 순간 등 직접 체험하며 느끼는 설렘과 두근거림.
마이스(MICE)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 박람회(Exhibition)와 이벤트(Event) 등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좁은 의미에서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을 뜻하며, 광의적 개념으로는 참여자 중심의 보상 관광과 메가 이벤트 등을 포함한 융·복합 산업을 지칭한다.
마이스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와 같이 도시 브랜드 각인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유발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의 국가는 오래 전부터 각종 국제회의와 기업 인센티브 여행, 대규모 컨벤션과 국제 전시회를 합해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시켜 오고 있다.
마이스는 참여자부터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자 살아있는 지식의 배움터, 교류의 장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스 선진국에서는 마이스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소수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환경과 같은 인류 공통의 주제에 대한 논의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시나브로 마이스는 이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일상이나 업무에서 대부분 한두 번 이상 경험을 하는 등 이미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마이스 공간은 짧게는 1~2일이나, 3~4일 길게는 10여 일, 더 길게는 몇 달 동안 개최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에, 어떠한 이유로든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이스 이전에 엑스포에 대한 기록은 과거 역사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엑스포 역사에 있어서 동아시아 경우 주로 3개국(한국, 중국, 일본)을 꼽는데, 중국의 경우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유학생이 우연하게 파리에서 엑스포를 접하고 그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 본국에 전한 사실이 있다. 일본의 막부에서는 적극적인 엑스포 참관을 통하여, 유럽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 상세하게 메모하여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참관 목적과 신분,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국과 일본의 큰 차이점이라면 일본은 서양 문물과 기술의 우수성에 대해 상품과 산업 관점에서 기록했기 때문에 엑스포의 중요성과 과학 기술에 대한 열망을 자각하게 한 반면, 중국의 경우엔 엑스포에 나와 있는 그 어떤 문화 문물보다 중국 본국에 더 우수한 자원이 있다
는 자부심을 정당화하는 일에 좀 더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엑스포 역사와 산업 근대화의 역사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를 치러낸 대한민국의 경우, 최초의 박람회는 1915년 일본의 수탈을 위한 도구로 개최된 ‘조선물산공진회’로 기록되어 있다.
엑스포 역사의 기록처럼, 필자가 오늘날 수많은 마이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다보니 아쉬운 점들도 있었고, 또 기대치 않았던 감동을 받았던 부분도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영화평론가도 있고, 또 시사평론가도 있는데 왜 마이스평론가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국제전시평론가로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모쪼록, 이 책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기록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기술 전문가가 보는 마이스, 그리고 기획 전문가, 정책 전문가가 보는 관점은 많이 다르겠지만, 이러한 기록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그 시간은 충분히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간 500회 이상 마이스를 주관하거나 참관하였고, 또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며 100여 편의 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중 최근 3년간의 기록을 중심으로 30여 편을 묶었다. 3년이 지난 내용은 현재에 맞게 수치와 내용을 수정 보완하고자 했다. 일부 과거형으로 썼던 문장은 수정 후 문맥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원문의 형식을 살린 것도 있다.
이 책을 내기까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김석경 한국무역신문사 대표님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며 길 위의 스승이 되어준 파트너들, 무엇보다도 더운 여름날 자료 챙기느라고 고생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한, 잦은 비행에 늘 걱정과 기도로 지켜주고 계신 부모님께 깊은 사랑을 전한다.
- 2019년 뜨거운 여름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