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변종운(1790~1866)은 조선 후기 유명한 역관 문인이다. 역관 명문인 밀양 변씨 가문에서 태어나 시와 문장으로 이름을 날렸고 종2품인 가선대부(嘉善大夫)의 품계에까지 올랐다. 역관으로서는 상당히 출세한 셈이었으나 사실 그는 불우한 사람이었다. 중인(中人)이라는 신분 때문에 청요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혀 있었을 뿐더러 국가대사에 대한 관심도 함부로 표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변종운이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최대한 주목하고자 했다. 그가 조선 초기 유명한 문인이었던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의 후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가 실제로 자신을 ‘사(士)’라고 생각하였음을 밝혔다. 또 역사에 대한 논평, 사대부들에게 준 편지 등 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국가대사에 대한 관심과, 그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회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다음으로, 현실에서의 좌절감에서 비롯된 비극적 인식, 그 비극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인식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글을 통해 변종운의 ‘사’ 의식의 적극적인 표현 양상과 좌절, 극복과 승화 과정을 살피고 그것을 통해 조선후기 한 역관의 의식 세계를 조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변종운이 살았던 시대와 그의 삶, 그리고 의식 세계를 부분적이라도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