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기록자이다.
1년이면 한 줄씩 삶의 전 과정을 집약시켜 목리문木理紋을 남긴다.
연륜이 갈수록 나무는 의젓하고 지혜로워져 간다.
하늘과 땅과 빗방울의 말을 들으며 뿌리를 굳건히 내린다.
백 년 수령樹齡의 나무는 백 줄의 나이테에 삶의 발견과 깨달음의 꽃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
일 년에 한 줄씩 나이테로 그려 놓은 자화상自畵像엔
태양의 빛살, 바람의 노래, 빗방울의 말들이 깃들어 있다.
살아간다는 것, 성장하는 것은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님을 가르쳐 준다.
거목巨木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기막힌 균형의 미美를 갖추고 있다.
사방으로 뻗어오른 가지들이 저토록 신통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주변의 풍물과 경치와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무는 시인이요, 화가이다.
목리문은 삶의 발견과 깨달음을 피워 놓은 꽃이다.
나무는 한 줄기 빛과 바람과 물방울도 놓치지 않고
오로지 노력과 지혜로 삶을 완성시키는 성자聖者이다.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성스러운 스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