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숭례문
2008년 2월 10일 저녁, 그날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명절 증후군으로 노곤한 몸을 쉬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뜬금없는 뉴스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지금 숭례문이 불타고 있습니다!”
깜짝 놀란 가족들은 텔레비전 앞을 지켰지요. 한 시간쯤 지나자 불길이 잡혔다며 소방관들이 숭례문 이층 누각에 올랐어요. 그럼 그렇지, 숭례문이 어떤 곳인데 그냥 타게 놔두겠어? 우리는 안심하며 잠자리에 들었어요.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불이 난 지 여섯 시간 만에 숭례문이 완전히 불타 무너졌다는 것이었어요. 어른들이 저지른 파괴의 흔적이 가슴 아프고 부끄러웠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숭례문 복구에 맞는 잘 자란 나무가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어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숭례문이 복구되기를 기다릴 것 같았어요. 반드시 귀하게 쓰일 때가 있으리라 믿고 나무를 가꿔 온 분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런 분들이 정말 있다면 흔쾌히 나무를 기증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개인과 가문의 명예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일 분들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그 아름다운 마음을 그린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나무를 기꺼이 기증하는 나무박사 할아버지와 그 모습을 보며 가슴에 꿈을 키우고 핏줄의 이어짐까지 깨닫게 되는 손자 대한이. 대한이가 그러했듯 여러분도 슬픔을 딛고 일어나 숭례문의 새로운 역사에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