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는 20세기 유럽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 건축의 흐름, 심리치료 방법론, 오페라 작품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이성적인 사람들이 맺어나가는 관계의 양상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한다. 그리고 세계를 보는, 혹은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자문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실패한 관계는 누가 누구를 이기고 누가 누구보다 낫다는 개념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희망은 우위의 경계가 없는, 흐르는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새롭게 시작되는 안드레아스와 키라의 관계가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 - 김이선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