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짐 셰리던 감독은 70년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연극감독이었다. 그는 연출가인 아버지를 본받으며 더블린에 있는 어린이 극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 후 공동 설립한 프로젝트 아트 센터에서 일하던 셰리단은 게이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센터와 논쟁을 벌인 후 뉴욕으로 옮기게 된다.
80년대 뉴욕대 영화과에 입학하여 연출을 공부한 뒤 그는 영화감독으로 변신하게 된다. 더블린과 뉴욕을 오가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1989년 <나의 왼발>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뇌성마비 장애인 크리스티 브라운의 휴먼 스토리를 담아낸 이 작품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인 영화감독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그리 빠른 속도로 작업하지 않았다.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은, 오늘날까지 영국 법조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길포드-4인조' 사건에 대한 판결사건에 기초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Father>(93)였다.
그는 한 인물이 늘상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사건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단지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 혹은 운명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 그의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어떤 핸디캡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그것의 해소를 통해 대단원에 이른다.
2010년 캐릭터들의 섬세하고 진실된 내면의 감정을 세밀하게 이끌어내는 짐 쉐리단 감독은 ‘브라더스’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에 이은 가족이라는 그릇에 시대와 인간승리, 화해와 소통 등의 감동을 담았던 가족 3부작의 완결판이다.
<더 복서 The Boxer>(97) 이후 또 오랜 휴지기에 들어간 그는 5년 만에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색다른,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 이야기인 <천사의 아이들 In America>(2002)를 완성했다. 실제 자매인 두 소녀의 깜찍한 연기가 인상적이며 엄마 역의 사만다 모튼 또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사이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있었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 폴 그린그래스의 <블러디 선데이>(2002)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그의 정치적 관심과 의지는 지금에도 여전함을 다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