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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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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소설로 읽는 한국환경생태사 1 : 산업화 이전 편>

김현주

1998년 계간 《문학과 사회》 단편소설 「미완의 도형」 당선. 송순문학상 수상. 광주일보문학상 수상. 광주대학교 인문사회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및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소설집 『물속의 정원사』ㆍ『메리 골드』, 장편소설 『붉은 모란주머니』, 평전 『지석영 평전: 빛과 어둠을 살다간 근대 과학자』, 산문집 『네번째 찻물』 출간. 전 장성도서관 독서토론강사. 현) 광주전남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위원장. 문예지 《작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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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메리골드> - 2024년 11월  더보기

아주 오랫동안 소설로부터 멀리 떠나 있었다. 애증의 연인을 냉정하게 떠나보내듯 돌아섰다. 멀리 떠나 있어도 한동안은 잘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돌아와 순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새롭게 고민했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모아 두 번째 창작집을 내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흘렀다. ‘작가의 말’을 어떻게 써야 하나. 자크 프레베르의 시 「장례식장에 가는 두 마리 달팽이들」을 떠올린다. 죽은 나뭇잎의 장례식에/두 마리 달팽이가 조문하러 길을 떠난다네/(…) 그들이 길 떠난 시간은/어느 맑은 가을날 저녁이었네/ 그런데 슬프게도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봄이 되었다네 뜬금없이 불러온, 시의 내용을 풀어쓰면 이렇다. 두 마리 달팽이가 가을에 조문을 떠났는데 겨울도 지나고 나뭇잎이 부활한 봄이 되었다. 너무 느린 탓이었다. 실망에 빠진 달팽이들에게 햇님이 말했다. 괜찮다면 여기서 맥주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 파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구경도 하세요. 대신, 침울한 상복은 벗으시고 당신들 삶의 색깔을 다시 찾으세요, 라고. 달팽이 두 마리는 숲의 모든 동물·식물들과 어울리며 놀았다. 때는 벌써 여름! 그들은 건배를 하며 아름다운 밤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나서 달팽이 두 마리는/ 집으로 돌아갔네/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정말 감동했어/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정말 행복했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두 마리 달팽이는 조금 비틀비틀/ 하지만 하늘 높은 곳에서/ 달님이 그들을 보살펴주었네 이토록 길게 시를 인용해야만 했다. 프레베르, 그의 시에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람살이의 따뜻함이 들어 있다. 달팽이들의 느린 행로를 따라가면서, 나는 위로를 받으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게 되는, 문학이란 이런 것. 그러니 어찌 소설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목말랐던 시절 소설이 써지지 않아 자주 넘어질 때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어 주신, 채희윤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일에 늦된 내가 이제라도 조금 깨닫게 되었으니! 오랫동안 세상을, 사람을, 소설을 앓다가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아름다움의 어원은 ‘앓음다움’. 앓고 난 사람이 보여주는 인간다움이라는 것. 내게 인간다움을 가르쳐 준 소설 쓰기를 사랑한다. 무력한 나의 꿈을 채근해 결국 출간하도록 도와준 다인숲 임성규 선생님, 첫 창작집 『물속의 정원사』를 기억하고 기꺼이 해설을 맡아주신 김진수 선생님, 그리고 ‘하늘 높은 곳’ ‘달님’처럼 보살피며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담담하게, 『메리골드』의 첫 장을 펼치게 될 독자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들 모두,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 ‘나의 힘’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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