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밴크로프트는 50년 넘는 연기 생활에서 거의 100가지 역할을 연기했지만, 언제나 딸의 애인을 유혹하는 탐욕적인 교외의 주부로 기억된다. 찰스 웹의 소설을 영화화한 「졸업(1967)」에서 더스틴 호프만으로 하여금 "로빈슨 부인, 저를 유혹하려는 겁니까?"라는 유명한 대사를 말하게 한 바로 그 역할 말이다.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짙은 눈썹의 라틴적 외모 때문에 낭만적인 여주인공을 연기할 기회는 애초에 기대도 할 수 없었고 대신 강렬한 역할에 적격이었다. 그녀는 뉴욕의 액터스 스튜디오에 다녔고 이어서 '이국적인' 느낌을 줄이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브로드웨이에서 배역을 맡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헨리 폰다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시소는 둘이서(1958)」로 첫 토니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헬렌 켈러의 지치지 않는 애니 설리반 선생님 역을 처음에는 연극 무대에서, 이어서 영화 「미라클 워커(1962)」에서 연기하여 명성을 얻었다. 연극과 영화 모두 아서 펜이 연출했으며 그 역은 그녀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주었다. 후에 그녀는 네 번 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잭 클레이턴의 「여자가 사랑할 때(1964)」에서는 아기에게 집착하는 아내 역으로 해로즈 백화점의 식료품 판매대 옆에서 쓰러지는 광경을 연출했고, 존 포드의 마지막 영화 「일곱 여인(1966)」에서는 자신을 희생하며 인질들을 구하는 의사 역할을 했다.
로빈슨 부인을 연기한 후로는 주로 성격 배우에 캐스팅되어 「터닝 포인트(1977)」에서는 셜리 맥클레인과 함께, 「신의 아그네스(1985)」에서는 제인 폰다와 함께 연기했다. 그녀는 종종 허술한 영화조차 그 가치를 훨씬 넘어서도록 고양시켰다. 1964년에 배우이자 감독인 멜 브룩스와 결혼한 그녀는 그가 경솔하게 리메이크한 「죽느냐 사느냐(1983)」에서 그와 함께 주연했고, 그녀 본인도 「도미닉은 못말려(1980)」라는 한 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생애 마지막 역할 중 하나인 「하트브레이커스(2001)」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를 해냈다. 밴크로프트는 73세에 암으로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