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 '바나나'는 필명이다. '열대 지방에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이 좋아서' 그 밖에, '외우기 쉬워서'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이라서' 등이 '바나나'라는 필명을 생각해 낸 이유다.
저명한 진보 사상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딸로서,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러나 바나나의 문학세계는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먼 청춘소설적 경향. 어릴 적부터 만화와 함께 성장해 온 세대라 만화적 상상력도 돋보인다.
등단작이자 출세작인 <키친>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일본대학 졸업 학년이던 1987년에 골프클럽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틈틈이 써낸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신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 18개국으로 번역되어 나갔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특히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전세계 문학 화제작만 골라서 펴내는 「폴리에문고」시리즈에도 <키친>이 들어 있다. Yahoo! 에 가서 'yoshimoto'를 치면 전 서계의 애독자들이 올린 독후감이라든가, 세계각국에서 나온 바나나 작품의 표지들, 각종 이미지들이 올려져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문학을 통해 심각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소설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문학관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애초부터 고전적 교양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시대를 살아 왔고, 살아 간다는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그의 소설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뮤직, TV 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장치다. 그룹 사운드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소설 제목으로 차용하는가 하면, 영화의 오버랩 효과를 상기시키는 서사기법을 즐기는 데서도 그의 신세대적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일본 대중 문화의 꽃이라 할 만화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그의 문학적 혈통은 만화와의 쌍생아적 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간결한 대화체나 주인공들이 겪는 신비스러운 체험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바나나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가볍다거나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는다. 그러나 신세대의 도시적 감성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면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인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