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창작 방법이란 구체적으로는 표현의 기술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이른바 시의 여러 가지 표현 장치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를 살피는 데 1차적인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그런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시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소홀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표현의 기술은 이론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론이 표현의 기술을 저해하는 것도 아니다. 저해는커녕 오히려 그것은 표현의 기술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그 힘은 이론이 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아울러 그 창작 방법을 합리적으로 반성할 수 있게 해주는 데서 우러나는 것이다. 일가를 이룬 시인들이 으레 자기 나름의 시론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증이 된다. 그래서 나는 표현 기술의 트레이닝을 위한 조언과 함께 또 이 책이 쉽게 풀이한 시론이 될 수도 있도록 하는 쪽으로 집필 방향을 잡았다. 이것은 딱히 시를 쓰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시에 대한 교양 지식을 얻고자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