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스 전문가로서 늘 그리스 전반에 대한 쉬우면서도 전문성이 겸비되어 있는 소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빈틈을 메워 보려는 의도로 쓰여졌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가 그리스도에 쏟았던 애정과 열정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신화, 있는 그대로 즐겨라
신화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사람이 살던 흔적은 사라져도 그들이 살아가며 겪었던 모험과 성취에 대한 이야기는 남는다. 더구나 그 이야기를 솜씨 좋은 사람이 멋있게 꾸미고 아름답게 읊으면, 그 이야기는 거의 영원이라고 할 만큼 오래오래 남게 된다. 그랬기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위대한 시인의 노래가 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겼다. 그리스신화도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신화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척 소중한 일이다. 신화를 연구하는 것도 무척 가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신화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다.
생명이 없는 돌이나 건축물도 이야기가 있으면 생명을 얻고, 살아 있는 사람도 이야기가 없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남는 것은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신화가 될 때 가장 확실한 생명을 얻는다. 신화는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