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시(詩)를 우리말로 옮긴다는 것은, 아시다시피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의 어법과 우리의 어법이 서로 다르고, 그들의 말이 가지고 있는 리듬과 우리말의 리듬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들의 시작법(詩作法)과 우리의 시작법이 아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의 번역을, 부정적으로는 ‘반역’이라고 하고, 긍정적으로는 ‘하나의 해석’ 또는 ‘또 다른 창작’이라고들 합니다.
저의 나이가 여든아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너 해 전까지 틈틈이 독일의 시를 번역해온 것은, 시의 번역은 ‘반역’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 행위’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시(原詩)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읽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말로 번역한 시는 무엇보다도 완벽한 우리 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