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더 이상 불행하지 않고, 더 이상 절망하지 않는 상당히 긍정적인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머릿속의 회로가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살려고 애를 써왔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나름의 방식이 있고, 나에게도 내 나름의 애를 써온 방식이 있고, 내가 들려줄 것은 바로 그것이라는 것.
저에게 소설을 쓰는 행위는 제 자신으로부터의 '떠남' 혹은 '감춤'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만큼 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도 부조리와 불가해한 것으로 가득 찬 자신의 삶에서 일목요연함을 찾는다는 것은 참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타인의 삶은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저는 잔뜩 겁먹은 어린아이가 되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에야 살아 있다는 느낌 속에서 살고 있다. 고독은 스스로에게 가하는 가학이고 스스로 받는 피학이어서 혼자서 치르는 전쟁이고, 전쟁처럼 삶을 열정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고독의 성전에 이미 익숙한 일상을 초대하고 싶지가 않다. 일상성에 의해 매몰시키기에는 어느덧 그것은 나의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