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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문갑연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2년 11월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

꿈꾸는 사람들

올해도 장편소설을 계획했었는데…, 소설집을 먼저 내야겠다는 결심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 꿈만 같다. 그 동안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부당함을 더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장편에만 몰두하다보니, 2010년에 소설집을 내고는 9년이라는 길다면 긴 기간에 각 문학지에 게재된 단편들이,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 것에 대한 강한 애정이 솟구쳤다. 즉시 하나하나 찾아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시선에 비친 사회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부조리와 놓쳐버릴 수 없는 삶의 진실, 아름다운 추억들에 이어 인간의 야망으로 침몰되어가던 양심을 건져 올려보겠노라고 안간힘을 쓰던 내 몸부림의 현장이 조금씩 깨어나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로서는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기에 혼란스럽다고 해서 소중한 분신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행히 느린 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계속하여 창작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터라, 그 여파를 몰아 살을 붙이고 또 떼 내야 하는 작업 역시 만만찮은 옥죄임과 인고의 시간을 요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출판사 청어를 만나 계속되던 갈등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저런 복잡다단함 가운데서도 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매우 든든하게 한다. 거기다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또 하나의 도전에도 힘이 되어주니 감사하다. 이들은, 언제나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서 그 어떤 순간에도 영혼까지 좌우한 채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한 해바라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삶을 지탱하는데 필수요건이 되어 주는 것 역시 변함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움으로 휑하니 빈 가슴이 채워지지는 못해도 좌절하지 않고 기대감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즉 내 생존의 이유이자 현존케 하는 가장 소중한 무기로 작용해 준다. 비록 창작의 과정은 고달프고 긴 인내를 요구하지만, 자손들의 흔적을 인질로 그들의 노력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나를 연마해 보겠노라는 소망은 물론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아주 먼 그들과의 거리가 오히려 나를 견고하게 하는 요건이 되리라 기대한다. 내가 존재하는 한, 미미하게 시작된 한 그루의 나무들이 더 단단한 뿌리로 어떠한 땅에서도 뻗어 나기기를 꿈꾸며 기도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내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이국땅으로 훌쩍 다 떠났기에 당연히 서럽고 그립지만, 그럴수록 창조주의 위대한 손과 시선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그리움과 한이 여생 가운데서 못다 해갈된다 해도, 나는 여전히 소설 창작으로 안정과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할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메아리의 고백

특히 이번 『메아리의 고백』을 쓰는 내내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니라’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작부터 의도한 대로 주인공을 내세워 작가가 원하는 대로, 대리만족을 하고자 했던 것과는 오히려 거리가 먼 반대방향으로 질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소설 쓰기는 멈출 줄 몰랐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 하는 걸까? 긴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도 나는 어느 순간 또다시 끙끙거리면서 소설을 쓴다.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서서히 되찾게 된다.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소설쓰기는 계속될 것 같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도 소설이라는 장르를 유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지 모른다. 이제 이 작업은 나의 일이요, 천직이며 소명이고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뿐만 아니고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

비자금

이 소설에서는 그린벨트 지역민들의 고통과 이들의 꿈까지 잔인하게 묶어버린 실상을 밝히려고 했다. 그린벨트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있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도 또 있어서도 안 되는 일련의 사례들을 이 소설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며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사유지 그린벨트도 오직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의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장편소설 『비자금』에는 44년 동안의 그린벨트 주민에 대한 애환을 담았다. 부디 끝까지 그 고통의 무게를 직시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

해바라기의 기도

어릴 때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시골에서 살았다. 다행히 그 좁은 시골에도 초등학교가 있어서 한글을 익힐 수 있었다. 사내아이들은 일을 시키느라 특히 여자아이들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며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은 부모들이 많았다. 어머니는 가끔씩 중학교가 있는 면 소재지 오일장에 다녀오시곤 했다. 그곳에 가려면 높은 산을 넘어서 4㎞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가야 한다. 어머니는 장에 다녀오시면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맛난 과자나 고기를 사 오셨다. 와! 높은 저 산 너머는 어떤 사람들이 살기에 이런 귀한 것들도 있을까. 하지만 그 낯선 곳을 생각하면 무서워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토록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던 산골 소녀가 다행히 그 무서운 곳인 면 소재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또 다른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거기서는 시외버스가 시내까지 사람을 태우고 운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오빠들이 있는 시내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인 2021년 봄, 여름 동안에 코로나19의 창궐로 지구촌이 전시나 다름없었던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미국 자녀들 가정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까마득히 멀면서도 넓은 대륙 그 어딘가에 있을 그리움을 향해 미지의 세계를 뒤지다가, 드디어 그 많은 여러 민족 중에서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은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이야말로 세상에서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했으리라.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했지만 그중에 가장 걸작품은 가정이라는 생각이 더 확실해 졌다. 그리고 이 가정을 지탱해 가는데 필요한 저력은 가족애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펜데믹 시대라 국내외적으로 위험 수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뿐 아니라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을 때지만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내 핏줄을 본다는 일념 말고는 다른 그 무엇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의 여행 결심인데도,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때는 어떤 장해물도 앞길을 막을 구실이 될 수 없었다. 단지 간절함 때문에 동작이 진행되었고, 앞뒤를 볼 엄두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막상 그들의 생활현장을 목격하자 마음의 평정이 찾아왔다. 자녀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그런 위험도 감수한 채 어미를 적극적으로 환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가족애의 힘이었으리라. 한인교회를 통해 이방 세상에서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내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감당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넓은 대륙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지역을 활보하면서 느끼고 본 건 본토인이나 여러 소수민족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사랑해야 할 대상이 비록 내 가족과 내 국토가 아닌 전 인류와 지구촌이라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와 상관있는 이웃이며 가족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기회였다. 어렵게 갈증을 해결한 후의 내 삶은 더 풍성해졌다. 항상 두려움 속에서 한 발짝 내딛어 새로운 경험이 이룬 결과는 소설 창작에 더 매진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덕분에 또 한 번의 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출간비까지 지원받는 행운도 얻었다.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는 내 삶을 유지하고 또 풍요롭게 하는 이상이며 믿음이요, 인내를 온전히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랑이 많으면 관심이 많다던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작은 관심은 기적을 창조한다고 했던가. 타인을 향한 관심이 현존하는 한 내 삶은 여전히 풍성할 것이며 내 가족과 이웃, 그리고 그들의 이웃, 전 인류와 지구촌을 향한 헌신과 사랑의 언어가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지구촌을 무대로 번성하라는 창조의 원리에 따라 좀 더 더불어 살아가며, 모든 인류의 평화를 소원하는 마음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격려가 나의 글로 통해 점점 더 영글어 가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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