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떠돌이 부부가 마을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곽,
아슬아슬한 암벽 밑 울퉁불퉁한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온 마을에 아부했고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한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땅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나중에 온다, 군대와 함께.
부부의 영혼과도 같은 그 집을 무너뜨리러 온다.
2016년 10월
나는 풍뎅이길을 좋아한다. (……) 풍뎅이길, 풍뎅이길, 하면 그래도 기분이 좋다. 꼭 나를 위하여 누가 만든 이름 같다. 내가 만든 이름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다. 태어난 지 딱 1년 되었다. 아내 옆에서 아이가 겨우겨우 걷고 있었다. 나는 개를 데리고 그런 둘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특히 우리 집은 묘 옆이라서 풍수지리상으로도 이미 완벽한 곳이야. 아내가 떠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왜 하필 풍뎅이길로 이사했나요? 20년 전 면접관처럼, 나에게도 누가 물어보는 것 같다. 이렇게 이곳이 좋아지니까, 여기 이름마저 좋습니다. 아내와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이 동네 이름까지 좋아하게 되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좋습니다. 정말 그렇다. 풍뎅이길 같이 이렇게 멋지고 좋은 이름은 난생처음이다. - 에세이 「맞아요, 그 풍뎅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