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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길상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3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논산

최근작
2024년 7월 <왔다갔다 두 개의>

[큰글자도서]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여러 날 무거웠던 날씨가 야옹! 순식간에 명랑해졌다. 고양이들이 교대로 창턱에 올라가 햇볕을 쬔다. 몸 구석구석 축축하게 배어 있던 빗소리를 맑은 혀로 닦아낸다. 그러고는 가끔 고개를 돌려 내 손등에 묻은 먹구름도 대신 핥아 준다. 아득하게 멀어졌던 온기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시간, 물어, 운문이, 산문이, 꽁트 고양이들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 본다. 그 착한 눈동자를 마음에 그려 넣는다. 야옹! 우리 함께 힘을 내 보자고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고 있다. 2021년 흑석동에서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여러 날 무거웠던 날씨가 야옹! 순식간에 명랑해졌다. 고양이들이 교대로 창턱에 올라가 햇볕을 쬔다. 몸 구석구석 축축하게 배어 있던 빗소리를 맑은 혀로 닦아낸다. 그러고는 가끔 고개를 돌려 내 손등에 묻은 먹구름도 대신 핥아 준다. 아득하게 멀어졌던 온기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시간, 물어, 운문이, 산문이, 꽁트 고양이들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 본다. 그 착한 눈동자를 마음에 그려 넣는다. 야옹! 우리 함께 힘을 내 보자고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고 있다. 2021년 흑석동에서 길상호

모르는 척

심해로 들어간 물고기는 가혹한 수압을 견디기 위해 부레 속에 기름을 채운다, 물고기의 부레를 꺼내 불붙이면 활활 세상은 밝을 것이다, 나의 시는 언제 심해에 다다를 것인가?

모르는 척

심해로 들어간 물고기는 가혹한 수압을 견디기 위해 부레 속에 기름을 채운다, 물고기의 부레를 꺼내 불붙이면 활활 세상은 밝을 것이다, 나의 시는 언제 심해에 다다를 것인가?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그는 나의 책이었다. 해독되지 않는 문장을 많이 지니고 있는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었다. 그 사람 하나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참 오랜 시간 집중해왔는데 페이지를 몇 장 넘기기도 전에 그는 사라졌다. 이제 사라진 책을 읽어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 앞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상에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2019년 물어, 운문이, 산문이 곁에서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이십 대 후반 치열했던 고민들 중 어느 하나도 풀린 것이 없다 단지 군데군데 흉터가 몇 개 남았고 아직도 시는 아프다 그래도 그때는 없던 고양이들 셋이 야옹~, 냐옹~, 니야옹~ 옆에서 함께 울고 있다 잠들어 있던 시집을 깨워 다시 걷게 만들어준 사람들, ‘걷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왔고 내게서 떠나갔다. 다가온 사람은 내게 없던 기쁨을 심어 주었고 멀어진 사람은 내게 없던 상처를 던져 주었다. 기쁨과 상처가 글자가 되어 내 주위를 맴돌았고 그 중 몇 개의 글자를 붙잡아 두고 나는 종종 밤을 새웠다. 그렇게 오랫동안 걸어왔지만 이제 한 바퀴를 돈 나이테처럼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있다. 앞으로 더 멀리 돌아야 할 길이 내 앞에 와 있다.

우리의 죄는 야옹

물어와 운문이 산문이 고양이들을 데려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야옹야옹, 새로운 언어를 연습한다. 말이 되지 않는 고양이어를 듣고서도 눈치가 빠른 고양이들은 나를 정확하게 이해해준다. 얼토당토않은 말은 적당히 무시하면서…… 시가 되지 않는 문장들은 교감으로 당신에게 가닿길 바란다. 2016년 늦가을

한 사람을 건너왔다

시계 속의 시간은 출렁이며 흘러가는 때가 많았다. 꽃들이 마지막을 고하며 떠날 때마다 나는 시든 꽃잎처럼 향기가 없는, 낡은 사랑을 붙잡고 울었다. 시간이 허물로 남겨놓은 풍경의 그림자들을 껴입으며 그래도 오늘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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