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시간과 공간 개념이 아닌
어디에 또 다른 좌표가 있을 것도 같은데
그 좌표 가운데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너무 다르고 너무 많다
시를 쓰는 일은
너무 다르고 너무 많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영문도 모르는 언어에게 참으로 미안해진다
나는 종종 시를 읽을 때 거울을 보듯 시를 읽는다. 그렇게 시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시가 거울이 된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역설이라는 시의 거울에 본래의 나와 다르게 비쳐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문득 낯섦을 느낀다. 어쩌면 메두사의 얼굴과도 같은 내 모습은 신에 의해 저주받은 추한 모습일지 모르지만, 왜곡된 추함 뒤에 감추어져 있는 아름다움이야말로 내가 시라는 거울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