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베트남 선승인 틱낫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세 가지 질문>이라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마음 속으로 큰 종이 울리는 듯했지요.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제 경우에는 레오 톨스토이의 글들이 자주 그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동물들과 친구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원래 이야기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러시아 황제가 주인공입니다. 황제가 겪는 일은 이 책과 조금 다릅니다. 황제는 판다를 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죽이려 했던 사람을 자기도 모르게 구합니다. 자기의 적을 구하게 되면서 황제는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지요. 좀 더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복선을 원한다면 레오 톨스토이가 같은 제목으로 쓴 아름다운 원작을 읽어 보세요.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생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톨스토이의 원작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톨스토이를 명예롭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톨스토이를 빙긋 웃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물들의 이름은 여러 곳에서 따왔습니다. 푸슈킨과 고골리는 유명한 러시아 작가들의 이름입니다. 소냐는 레오 톨스토이의 아내의 이름입니다. 니콜라이는 톨스토이의 형의 이름이자 제 아들의 이름입니다. 저는 제 아들을 생각하며 니콜라이를 그렸습니다. 푸슈킨은 제가 기르는 개, 레이몬드를 보고 그렸고요. 아기 판다는 제 딸 아델레인이 모델이 되었지요. 현명한 거북이 레오는, 물론 톨스토이의 모습입니다. - 존 무스
《혼자서는 살 수 없어》는 재미있는 말놀이가 담긴 책입니다. 또한 이 책은, 이웃들과 알고 지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들 각자가 이 세상을 이루는 작은 물결이라는 사실을 믿는 게 어렵지 않은 것처럼, 동시에 우리 모두가 바다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도 참 쉽습니다.
‘평심’은 제게 ‘삶’을 가르쳐주신 많은 분들을 향한 저의 애정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등장인물입니다. 그중 한 분이 저의 장인어른이십니다. 장인어른은 특히 말놀이를 좋아하셨지요. 이따금씩 몇 가지 표현들을 쭉 써놓고 소리 내어 읽으시면서 발음이나 의미를 재미있는 방법으로 섞어보곤 하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장난 속에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지요.
서양 사람들에게 일본의 ‘하이쿠(haiku, 俳句)’는 ‘세 줄의 짧은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개 첫 줄은 5음절, 그 다음은 7음절, 그리고 다시 5음절(모두 17음절), 이런 식으로 구성되지요. 일본의 대표적인 정형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하이쿠를 지을 때면, 최대한 적은 단어들을 가지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17음절에 성공하지는 못하지요. 하이쿠는 원래 긴 시인 ‘하이카이렌카(俳諧連歌)’의 맨 앞부분에 들어가는 짧은 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하이쿠’라는 이름에서 ‘하이’란 ‘농담, 재미, 별난 것’을 의미합니다. 잘 쓰인 하이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줍니다.
본문에 나온 ‘일회용 컵’에 대한 아이디어는 선사 나카가와 소엔(1907~1984)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선사께서 언젠가 묵회를 여신 적이 있는데, 음식을 담을 그릇이 부족해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묵회 주간 내내 한 번 사용한 종이컵으로 계속해서 차를 마셨다고 합니다. 묵회를 마치면서 선사가 학생들에게 이제 컵을 버려도 된다고 말했지만, 학생들은 선사의 가르침을 받는 내내 가지고 있던 컵인 만큼 자기들에게는 무척 소중하다면서 컵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와 그림을 비롯한 나카가와 선사의 가르침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뜻밖의 것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그는 일본의 선불교가 서양에 전해지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