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음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왜 그리 아팠는지 모르겠다. 바람 잎, 햇빛 가시, 삼색기린초 가느다란 줄기의 움, 변산 갯벌의 게 숨 쉬는 소리, 벌교 장암리 참꼬막의 검은 피.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을 들으면서도 귀를 꼬집고 앙탈을 부렸다.
청각 장애를 가진 타악기 연주자 이브닝 글래니는 음악을 듣는 데 청각 이외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았다고 했다.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도 있고, 억지로 그리는 그림이 싫어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는 자신의 붓 끝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태어난다고 했다.
청각 시각 이외의 것으로 세상의 말을 듣고 보기에 내 귀와 눈이 너무 멀쩡한 게 탈이다. 시가 되는 고통이 뼈를 깍는 게 아니고, 시가 안 되는 고통이 뼈를 깎고 있으니...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의 첫 번째 기능을 향한 애증이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