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사상을 세잔이라는 미술사의 '정통'화가와 접목시키는 일은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일찍이 1970년대 영국의 '신미술사학'(New Art History)에서 시작되었다. 명칭이야 어떻든 포스트모던 시기의 미술사가 열린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작품의 미적 표현 자체만 분석하던 소위 전통적인 미술사 방법론은 이제 그 편협한 결벽증을 버려야 한다. 미적 표상은 그 배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삶이 지니는 내용성은 작품의 형식 분석만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 표현과 연관되는 한 철학도, 정신분석학도, 기호학도 넘나들며 그 접점들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