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내 손 닿는 곳에 두어야 할 책”이라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묵묵한 위로, 자신의 슬픔을 위한 지적인 언어 처방”이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극찬을 받고,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한 『슬픔에 이름 붙이기』가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으로 독자를 만난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은 원서 『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의 아름다운 금빛 은하수 일러스트를 활용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존 케닉의 말처럼 저자와 한국의 독자가 커버 이미지를 통해 느끼는 감정까지도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은하수 내 여러 행성들처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산더(sonder)’, ‘케놉시아(kenopsia)’, ‘데뷔(d?s vu)’… 몇 년 전부터 알음알음 회자되고 있는 이 말들은 사전에 등재된 정식 단어도, 유행어도 아니지만 한번 알게 된 사람들은 이 사무치는 어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입을 모은다. 애매모호하더라도 우리 내면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섬세한 느낌들에 이름을 붙여온 ‘슬픔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로 십여 년 동안 모아온 ‘감정 신조어’를 집대성한 『슬픔에 이름 붙이기』가 사전 형식의 책으로 나왔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엑스트라겠구나’라는 깨달음을 뜻하는 ‘산더’, 한때 북적였으나 지금은 고요해진 곳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케놉시아’처럼 미묘한 느낌들에 세심하게 이름을 붙인 신조어 300여 개를 만날 수 있다. 박학한 언어 지식과 섬세한 감각으로 만든 이 새로운 단어의 목록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경험은 경이롭고 시적이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느껴온 감정의 시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얻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을 때의 공허한 기분.
때로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홀로 있을 때, 당신은 안개처럼 밀려오는 어떤 미지의 강렬함을 느낀다. 그것은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는 따분함과 우발적인 명상 사이를 미묘히 떠돈다. 어쩌면 당신은 하루가 시작되기 전 어두운 아침에 침대에 똑바로 앉아서 벽의 한 지점을 멍하니 응시하며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신은 어딘가에 누구가를 데리러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차의 시동을 끄고 홀로 상념에 잠겨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숨을 한 번 쉬고 주차장의 정물을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관목 몇 그루, 식어가는 엔진의 불규칙적인 금속성 소음, 점화 장치에 꽂힌 채 여전히 흔들리는 열쇠.
삶의 이런저런 순간에 낯선 이들의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은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어느 날 나는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우주적 상실감에 대해 말하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 하지만 둘 중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가로지르다가 나의 메일함에서 만나 우연히 조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