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정신줄 잡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저는 봄에 <봄에는 자살 금지>(2019)라는 희곡을 읽습니다...) 지금 이곳에 살며 읽고 생각하고 쓰다 아프기도 하는 봄의 독자들이 유선혜의 첫 시집을 반겨 읽고 있습니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선혜의 첫 시집으로, 2024년 10월 출간 이후 해를 넘겨 꾸준히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싱거운 미래”(「우리의 아이는 혼자서 낳고 싶다」)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요즈음, 차라리 “끝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그러나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리미트 영의 마음”(「영으로 갈 때」)으로, 퍼즐을 맞추듯 '사랑'과 '멸종'의 자리를 바꾸어 단어를 입력하고 삭제해봅니다. 의미가 진동하며 너머가 보일 듯도 합니다.
노래하는 시
9쪽
삶에 대해 자꾸 논하고 싶은 게 제가 걸린 병이에요. _「괄호가 사랑하는 구멍」
12쪽
취미는 살아 있기, 특기는 고요하기라고요. _「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20쪽
누군가 네 심장을 주물럭거리는 느낌이었지 씻지 않은 손으로 심장을 주물거리는 그것의 존재를 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식은땀이 났고 그들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지 않았어 _「NIRVANA 」
40쪽
이건 내 폐에요
조금 지저분하죠?
제가 골초라......
이건 제 간이에요
조금 딱딱하죠?
제가 알코올의존증이라......
_「그게 우리의 임무지」
123쪽
터지느냐, 마느냐,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
폭탄이 불량이 아니라는 사실은 폭발로만 증명될 수 있으니까_「폭탄이 불량이 아니라는 사실은」
129쪽
영혼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머문다
둥근 삼각형, 뜨다 만 곰 인형, 혹은 추리소설 속 괴도 뤼팽
_「비어 있는 방」
다음 계절 시집은 3/31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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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환상통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서성진, 서효인, 이다혜, 정은숙, 진은영, 하미나, 황인찬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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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김남주, 안희연, 이다혜, 조해진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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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김혼비, 서효인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