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자본을 독점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부자들의 저승에 있게 될 것이다
너는 단 한번도 똑같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고 나는 너에 대해 말하는 일에 또다시 실패할 것이다. 내가 기록하는 건 이미 사라진 너의 온기. 체온이라는 말에는 어떤 슬픈 온도가 만져진다.
보여드립니다 위생학의 대가인 당신들이 손을 뻗어 사랑하는 나의 이 천부적인 더러움을
맨손이면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나는 더 어두워졌다 어리석은 촛대와 어리석은 고독 너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오래 기도했지만 나는 영영 나의 마음일 수밖에 없겠지
파도에는 끝이 있고, 해변의 모래에는 끝이 있고, 바다의 절벽에도, 바다 절벽 위의 소나무에도, 파도가 깎아놓은 몽돌에도 끝이 있는데 아직 우리는 끝을 보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끝이 있는데도 끝이 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
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편에선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가. 죽어가는 아이들 옆에서 배불리 먹은 걸 토하다 죽어버린 사람들이 걸어다녀. 색색으로 물들인 죽음들을 쇼핑하는 누군가들―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포함,소설/시 15,000원 이상 구매 시 (마일리지 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