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6일 : 27호
난 항상 언니가 뭘 모른다고 생각했어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등의 작품으로 가족과 여성, 그 구조 안쪽의 스산함에 대해 이야기한 강화길의 신작입니다. 허리가 아플 땐 매달리기가 가장 좋은 운동법이라는 말을 듣고, '풀업'(턱걸이)을 시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양 팔로 바를 잡고 매달리기를 시도하면 등이 쭉 펴지면서 강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난 항상 언니가 뭘 모른다고 생각했어"라는 말을 동생 미수에게 듣는 언니 지수는 자기극복과 상승의 한 방법으로 풀업-매달리기를 연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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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등의 작품으로 가족과 여성, 그 구조 안쪽의 스산함에 대해 이야기한 강화길의 신작입니다. 허리가 아플 땐 매달리기가 가장 좋은 운동법이라는 말을 듣고, '풀업'(턱걸이)을 시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양 팔로 바를 잡고 매달리기를 시도하면 등이 쭉 펴지면서 강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난 항상 언니가 뭘 모른다고 생각했어"라는 말을 동생 미수에게 듣는 언니 지수는 자기극복과 상승의 한 방법으로 풀업-매달리기를 연습합니다.
보증금 사기를 당하고 집을 잃어, 동생과 엄마에게 돈을 꾸고 엄마의 '무궁화 궁전' 방 하나에 임시로 뿌리 내린 지수에겐 이 '궁전'이 도무지 편해지지 않습니다.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게 서로에게 선행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주고받은 날선 말을 기억하는 채로 이어지는 삶도 꼭 파국으로 가닿지는 않는다는 것. 스스로를 일으키는 지수의 풀업을 묘사한 장면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어나가며 허리를 바로 세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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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쪽 :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Q :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해상도가 낮은 삶'은 유행하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낮은 해상도로부터』라는 소설집에 ‘나의 심상은 낮은 해상도이며, 나는 흐릿한, 불투명한, 명확하지 않은 상을 좇는다'라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기도 했습니다.
A :
첫 소설집을 쓸 때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되는 흐름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후 소설을 쓸 때는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어요. 소설을 쓰며 디지털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가다보니, 우리의 기억 많은 부분이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예를 들면,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연예인의 젊은 시절 얼굴을 기억하고 있거나 방송 뉴스에서 본 사건사고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요. 제가 실제로 목격한 장면과 방송을 통해 봤던 장면들이 뒤섞이면서, 어떤 정서와 감각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때는 머릿속을 맴도는 흐릿한 상을 좇게 되는데요.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형성된 그 상은 어쩌면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왔는지도 몰라요. 우리의 내면이 무엇으로부터 형성되었는지를 떠올려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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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해상도가 낮은 삶'은 유행하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낮은 해상도로부터』라는 소설집에 ‘나의 심상은 낮은 해상도이며, 나는 흐릿한, 불투명한, 명확하지 않은 상을 좇는다'라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기도 했습니다.
A :
첫 소설집을 쓸 때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되는 흐름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후 소설을 쓸 때는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어요. 소설을 쓰며 디지털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가다보니, 우리의 기억 많은 부분이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예를 들면,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연예인의 젊은 시절 얼굴을 기억하고 있거나 방송 뉴스에서 본 사건사고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요. 제가 실제로 목격한 장면과 방송을 통해 봤던 장면들이 뒤섞이면서, 어떤 정서와 감각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때는 머릿속을 맴도는 흐릿한 상을 좇게 되는데요.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형성된 그 상은 어쩌면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왔는지도 몰라요. 우리의 내면이 무엇으로부터 형성되었는지를 떠올려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Q :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라는 소설은 한국 힙합 음악의 가사를 삽입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힙합은 현재의 힙합이 아닌, 존재했다 사라진 낮은 해상도의 어떤 시기의 힙합인데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음악을 함께 들어보면 좋겠다고 권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역시나 소울컴퍼니가 좋겠죠? 더콰이엇 첫 정규 앨범 <Music>을 추천하고 싶어요. 학창 시절에 즐겨 들었던 앨범이기도 하고 아직도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5번 트랙 <섬>과 14번 트랙 <더 나은 내일을 위한>은 오랫동안 제 싸이월드 BGM이었고요. 지금 다시 들으면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저는 창작자들의 초기작을 좋아하는데요. 기술을 습득하고 노련해진 이후에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는 늘 감동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순간만 가질 수 있는 정서나 에너지, 투박한 느낌 같은 것이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열심히 연습하고 반복하면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능숙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지점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아요.
더불어, 소설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라임어택의 <Word On The 90’s>도 추천해요. 2007년에 나온 곡으로 1990년대 골든 에라에 경의를 표하는 곡인데, 저는 여전히 이런 게 좋더라고요.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또 지금의 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설명해주니까요. 소설 속 화자의 마지막 선택은 과거 소울컴퍼니 팬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때 그 음악과 그 가사들이, 그 문화와 감정이 ‘그’의 영혼 깊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썼어요.
Q :
읽지 않을 책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사는 게 취미인 (148쪽, 「위시리스트♥」)의 인물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저의 알라딘 장바구니엔 543,300원이 있네요……) 장바구니에 저장해둔 아이템 중 언젠가 사고 싶은 아이템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이어도 좋고 셀렉트숍 등의 아이템이어도 좋습니다.
A :
알라딘 장바구니에 총 590권이 있네요. 장바구니 가장 아래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니, 마르틴 하이데거 『예술 작품의 샘』이 있네요. 이우환 『양의의 예술』과 슈테판 츠바이크 『감정의 혼란』이 있고요. 오래전에 제가 이런 멋진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는데 이 기회에 구매할 것 같아요.
더불어, 셀렉트숍에서 엽서를 담아놓았어요. 튤립 그림이 그려진 엽서들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도 튤립이에요. 제 소설에 튤립이 나오기도 하고, 또 책 표지에도 튤립이 있잖아요. 두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요즘 손으로 글을 쓰는 게 너무도 어렵게 느껴져서요. 엽서만 사두고 쓰기를 미루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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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텔레비전은 2015년에 태어났습니다. 연식이 좀 된 기기답게 해상도가 선명하진 않은데요, '확대해도 무결점 피부'인 연예인 사진을 찬양하는 '고화질(HD) 미모'라는 검색어가 포함된 기사를 보면 굳이 서로에게 모든 게 이렇게까지 선명해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드러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적당히 '흐린 눈'을 뜨고 보고 보여질 자유가 때론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박지리문학상’은 참신한 글쓰기와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박지리 작가의 뜻을 이어 한국 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20년 사계절출판사에서 제정한 문학상 공모입니다.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일곱 작품을 출간했으며, 2016년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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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문학상’은 참신한 글쓰기와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박지리 작가의 뜻을 이어 한국 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20년 사계절출판사에서 제정한 문학상 공모입니다.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일곱 작품을 출간했으며, 2016년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의 수상작이 실린 서이제의 두 번째 소설집 <낮은 해상도로부터>는 삶의 해상도에 대해 생각해본, 매체 의존적인 삶을 살아본 분들이 공감할 만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테면 '분열된 나의 자아를 다시 하나로 만들고자, 나 자신을 찾고자, 내 표현의 자유를 찾고자,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모임'(119쪽)에 나가는 유형의 인물. 그렇게 선명해진 자아를 손에 쥐고 이게 다야...? 하고 당혹스러워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냉소적인 인물들이 내뱉는 정확하고 실없는 웃음과 함께, 이모지와 기호와 함께 액정 속 영화관과 쇼핑몰과 농장에 당신이 존재한다면, 이 매체적인 소설은 당신의 삶의 이야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출판사는 지금 : 사계절
2021년 1회 수상작 현호정 장편소설 『단명소녀 투쟁기』와 2022년 2회 수상작 송섬 장편소설 『골목의 조』에 이어 3회 수상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단요 작가의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자신의 인성 지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을 모두가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과학으로 검증 불가능한 이 초월적 존재로 인해 세계는 분명히 변합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바람직한 변화일까요? 단요 작가는 수레바퀴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정의를 강요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지를 페이크 르포 형식으로 펼쳐 보입니다. 우리는 세계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를 작가의 방대한 독서력과 치밀한 논증으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죽음에 맞서 싸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과 애도와 생존을 위해 고요히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 그리고 ‘세계’ 자체를 문제 삼은 ‘박지리문학상’ 수상작들은 독보적인 작품성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젊은 세대의 현실을 치열하게 그렸습니다. 앞으로도 사계절출판사는 ‘박지리문학상’을 통해 생전의 박지리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재미와 작품성을 고루 갖춘 참신한 작품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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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렵죠..."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게 되는 말입니다. 상반기 실질임금이 넉 달째 줄었다는 보도처럼, 통장에 찍힌 액수는 어쩐지 늘 모자라게만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벌어야 할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을 창작 규칙으로 한 월급사실주의 2023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는 일을 해서 버는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가 장강명이 기획하고 김의경, 서유미, 염기원, 이서수, 임성순, 장강명, 정진영, 주원규, 지영, 최영, 황여정이 참여했습니다. 테라, 루나 폭락 사태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방현희의 추리 소설 <코인>은 인생역전 일확천금이라는 꿈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