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작가 부희령이 11년 만에 소설집을 묶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어떤 갠 날」로 등단한 저자는 80여 편의 번역서를 내면서 틈틈이 자신 안의 멍울을 끌어올려 풀어내었다. 2012년에 발표한 <꽃> 이후 두번째인 작품집에서는 ‘이별(떠남)’을 통한 다른 빛깔의 자유를 전하고 있다.
부희령의 자유가 우리가 보아왔던 빛깔과 다른 이유는 “지금 여기와는 많이 다른 세계를 목적지로 설정하고자 한다”(「작가의 말」)는 지향 때문일 것이다. 뒤얽힌 관계 뒤 이별을 되풀이 하는 운명의 고리를 끊는 것은 ‘이별’ 뒤에 남는 것이 절망이 아닌 ‘자유’라는 자각이다. 작가는 더 깊이 추락하고 더 높이 상승하기를 권한다. 자유를 위한 추락이기에 마주하는 절망은 고통스럽지 않고 희망적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집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절망과 고통이 반드시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발견에 이르는 소설들”(소설가 송기원)이며, “구름을 벗어난 산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맑은 시선”(소설가 송기원)인 이유이다. “부조리한 것, 부당한 것들, 얽히고설킨 사람 사이의 갈등과 넌덜머리나게 하는 모순들을 살아 있는 질감으로”(소설가 이경자) 냉정하게 풀어내는 부희령의 문장은 차가운 얼음에 부딪는 뜨거운 햇살의 쨍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