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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혜진

출생:1986년, 대한민국 대구

최근작
2023년 8월 <악인의 서사>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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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강은교 식으로 말하면 삶은 깨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달콤하리라는 환상, 괜찮아질 거라는 환상, 한 번 더 살면 이렇게는 안 살 거라는 환상… 환상과 미래는 붙잡으려 할 수록 더 멀어진다. 손바닥을 펴 보면 그 위에는 깨진 환상, 깨진 미래, 깨진 낭만이 부서져 반짝일 뿐. 속절없는 파편의 무리들, 그러나 깨진 반짝임이야말로 “드넓은 여기 사랑하올 것들”이자 “우리들의 누추한 아름다움”인 줄 알 때, 이제 쓸쓸함을 아는 이, 이제 홀로임을 아는 이, 이제 울음을 아는 이, 그리하여 이제 늙음을 아는 이 강은교는 바야흐로 용서를 노래해도 섭섭지 않은 시인 중의 ‘시인’이다. ‘시인’은 전생의 허밍처럼 아득하게, 어젯밤 꿈결처럼 생생하게 서러움의 내력을 연주한다. “기-인” 바람결이 찬란하게 쓸쓸한 생의 노래를 거든다. 바람이 거든 노래가 돌멩이들의 막막한 웅크림을 쓰다듬고 우주의 흉터 같은 별들을 스치울 때, 멀리서 반짝이는 우리 “기-인” 상처가 아름다움을 시작한다.
2.
엄마는 자주 찐빵을 만들어주셨다. 그 안에는 팥소가 들어가는데, 삶아서 으깨놓은 팥을 야금야금 집어 먹다가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입안에 꽉 차는 그 고소한 단맛으로 향하는 손길을 멈추는 건 언제나 실패. 팥에 대한 내 오랜 끌림의 정체를 낱낱이 밝혀주는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그 실패의 불가피함을 전부 이해했다. 어두운 색감, 거친 질감, 팍팍한 식감…. 그러나 첫입에 온몸의 세포를 미소 짓게 하는 깊고 담백한 단맛 앞에서 이 모든 비주류적 특성은 팥의 신비이자 팥의 깊이로 승격된다. 그러고 보니 팥에 대한 이 사랑은 문학에 대한 내 사랑을 닮았다.
3.
구석기시대를 살았던 자들 못지않게 유목민적인 우리에겐 진실을 보기 위한 시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모자이크화된 정보 이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서이제가 쓴 아홉 편의 소설은 새롭게 형성되는 문명의 구성체로서 우리가 우리의 시력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공인된 검사표이다. ‘너’의 의미도, 사랑과 가능성의 실재도 이젠 다 ‘사라짐’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라진 것들은 모자이크 너머로부터 다시 나타날 것이다. 사라진 것들에 대해 우리는 기다릴 수 있을 뿐이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보지 않는 ‘시력’을 무장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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