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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음악가 > 록/메탈

이름:자우림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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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자우림 - 2집 연인 [180g 픽쳐디스크 LP][한정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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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자우림 25년
“현실과 역사성의 공조가 엮은 한국 밴드의 위대한 궤적”

자우림의 동의어, 동격은 헌신이다. 멤버 넷에서 2017년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 셋이 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언가에 대한 자기 투신, 논리적으로는 풀기 어려운 지극히 자연적이고 끈질긴 그리고 실용적 현대적 기준으로선 조금은 미련하기도 한 헌신이다. 무언가는, 아무래도 그들의 생체유전자인 록이겠지만 ‘밴드음악’이란 정의가 더 무난할 것 같다.

그 헌신이 선언적 의미나 신예의 당찬 비전을 넘어서 있음은 이들이 곧 장대한 25년의 역사, 사반세기의 활동이력을 써내고 있다는 사실이 웅변한다. ‘블루 데블’이든 ‘미운 오리’든 그 밴드 시작점에서 과연 이런 오래고도 고통스런 여정이 펼쳐질 줄 알았을까. 헌신은 오히려 앨범 서너 장을 쌓으며 국지적으로 불안정한 시절을 겪으며 반격으로 작심했거나 혹은 주먹 불끈 쥐며 목표해 얻은 건지 모른다.

오래전부터 설왕설래 번진 소문과 외부의 관측은 프론트우먼이자 팀의 상징인 김윤아의 솔로 행(行)이었다. 실제로 김윤아는 솔로앨범을 네 장씩이나 냈고 영화 <봄날의 간다>의 타이틀곡이나 2004년 2집 <유리가면>의 감성적인, 너무도 감성적인 ‘야상곡’은 대중적 자이언트 펀치 히트를 쳤다. 이 정도면 자우림 아닌 ‘김윤아밴드’란 이름이 더 설득력을 가지며 상당수 음악관계자들도 홀로서기가 낭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내다봤지만 김윤아는 귀거래하듯 어김없이 밴드로 롤백했다.

솔직히 <유리가면>은 어떤 자우림 앨범보다 판매고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끝내 자우림으로 간다? 헌신은 고집의 되새김질이다. 음악적으로도 김윤아와 자우림은 서로 등을 돌리지도 않지만 상쇄하지도 않는다. 서로 겹치면서도 상대를 자극하는 개체적 특성이 있기에 두 실체는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획득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김윤아의 솔로 행보가 밴드위상을 건드린 게 아니라 오히려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할까. 자우림과 김윤아는 서로 위대하다.

자우림이 그 세월 속에 발표한 정규 앨범은 이번 신작을 포함해 11장이다. 이것만 보면 결코 다산(多産)은 아니지만 비정규, 미니앨범, EP, 라이브, OST 앨범 거기에다 2000년대 들어와 부쩍 늘린 싱글을 합하면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다. 시대적 키워드라 할 ‘지속가능한 활동성’은 딴 어떤 밴드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온전히 자우림에게 하사해야 할 독점적 표현이다. 전성기로 일컫기 조금은 곤란한 2010년대 이후에도 4장의 정규 작을 발표했다.

또 하나의 헌신이 있다. 이것은 미련함의 극치를 이룬다. 이 엄혹한 디지털 싱글과 스트리밍의 시대에 앨범을 고집하는 것도 가상한데, 그 수록곡이 10곡 이하인 적이 없다는 점이다. 12집인 이번 <영원한 사랑>도 빼곡하게 (무려!!!) 12곡으로 채웠다. 2020년대에 12곡이 수록된 앨범??!! 앨범이 앨범답기 위한 복수(複數) 트랙, 그 외형에 대한 거의 병적인 헌신 아닌가. 앨범에서 한두 곡만 뚜껑이 열리는 현실에서 10곡 이상을 담는 비효율, 그 소모의 과오를 25년째 반복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자우림은 격한 찬사를 받아야 한다. ‘앨범’ 아닌 ‘풀(full) 앨범’을 향한 집착이다.

앨범에 대한 헌신이 플랫폼이라면 그 콘텐츠는 ‘멍청함’에 대한 헌신이랄까. 얼핏 실질 아닌 형식에 대한, 조금은 맹목적 봉사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곡 전체에 대한 애정 때문에 2, 3곡으로의 축소라는 트렌드 추수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고(産苦)의 결과인 곡들을 향한 사랑이다. 그들은 록이나 밴드 스피릿이 아니라 언제나 마음 저변에 깔려 흐르는 음악에 대한 끌림으로 25년을 달려온 것이다.

그 사이 자우림은 ‘헤이 헤이 헤이’, ‘하하하쏭’, ‘일탈’, ‘낙화’, ‘매직 카펫 라이드’, ‘팬이야’, ‘HOLA!’, ‘있지’, ‘스물하나 스물다섯’ 등 부지기수의 히트차트 상위곡과 애청, 애창곡들을 터뜨렸다. 대중의 갈채와 지지를 그들만큼 오래 그리고 많이 받아온 밴드도 찾기 힘들다. 다수 대중들과 접점을 갖는 인기체제의 발판은 행복하게도 초기 때부터 구축되었다. 큰 범주로는 록 팬들의 사랑일 텐데 여기에는 조금 성질이 다른 김윤아의 걸 크러시도 지분을 행사한다.

25년의 활동 나이테가 새긴 ‘역사성’과 성공적인 매우 성공적인 ‘현실’의 따뜻한, 보기 드문, 부러운 공조가 따로 없다. 유기적으로까지 여겨지는 역사의 무게감과 현실 포효가 엮인 망(網)이 음악부문에서 자우림이란 밴드를 통해 구축된 것이다. 자랑이다. BTS와 K팝만이 긍지가 아니다. 새 앨범은 전작 패턴을 따르지 않는 관례로 우울한 곡조가 지배적이지만, 그들이 아직 펄펄 숨 쉬고 있다는 생각에 정반대의 희열과 전율이 스민다. 자우림은 한국 밴드의 위대한 궤적이다.

- 임진모(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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