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편 발표하면서 1년쯤 최저 생계가 가능한 현실이 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소설을 쓸까.’ 오늘도 나는 고민하기로 한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텃밭에 상추도 심고, 파, 들깨, 강낭콩, 완두콩도 심고 들여다본다. 흙덩이를 비집고 머리를 드는 싹과 녹색의 잎과 충실한 열매, 잡초를 말끔하게 뽑아 준 뒤 드러나는 황토흙 빛깔에 감동한다. 햇볕과 물, 그 무상으로 제공되는 자연의 풍요로움이며 충만감은 어김없이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유열을 깨닫게 된다.
이 자연의 이치 앞에서 어찌 죽음으로부터의 순연을 통사정할 수 있으랴.
우리의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시절, 무심했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 10여 년이 넘었습니다. 흘러간 인물들과의 동행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나의 이야기, 주변 이야기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로 확대하는 동안 지나간 선조들의 삶의 역정이 오늘의 현실과 썩 닮은꼴임을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