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나의 첫 작품이다. 몇몇 단편들을 제외하고는 내가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나는 이것을 내 작품으로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일반적 분위기, 도덕적 긴장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우리 세대가 인정했던 문학적 취향에서 익명으로 태어난 책으로 읽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환상 소설은 19세기에 나온 가장 독특한 장르 중 하나이며, 개인의 내면과 총체적인 상징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는 면에서 아주 의미 있는 장르이다. 현재 우리의 감수성과 연관해서 보면 이 소설들의 중심에 있는 초자연적인 요소는 항상 의미로 가득 차 있어 무의식, 억압, 망각, 우리의 이성적인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모든 것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적인 환상, 우리 시대에 다시 등장한 환상이 성공을 거두는 이유를 본다. 우리가 비록 19세기 독자들보다는 환각이나 환영에 크게 놀라지 않고, 시대의 다양한 요소로서 그것을 다른 식으로 음미할 준비가 돼 있기는 하지만, 환상이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 준다는 사실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