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그 극한에서 받아들인 삶의 깨달음과 느낌에 내가 어떻게 완전하게 다다를 수 있으랴. 하지만 나는 매번 그렇게 하려고 시도했고, 무엇보다 그들을 닮고 싶었다. 그들은 그 매서운 위기로 자신을 데려간 원인이나 사람들을 탓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다. 단 한 사람도 그러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났을 때는 몰랐지만 열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써놓고 나니, 그 선명한 공통분모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예리한 순간 이후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평범한 인생 속에서도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단 한순간이라도 거기 가닿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소상하게 자기 인생을 들려준 것은 바로 그런 소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 읽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완전히 다른 질료와, 완전히 다른 화법까지 기꺼이 수용해서 이야기의 근육으로 만든 소설. 이야기의 두뇌와 몸뚱이, 피부가, 달리는 말처럼 하나가 된 소설. 백이면 백 개의 챕터가 저마다 눈동자나 손가락처럼 스스로 완성돼 있는 소설. 그래서 바둑 기사처럼 숙고하면서 말(馬)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정밀하면서도 역동적인 그 어떤 드라마가 분명히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책 읽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완전히 다른 질료와, 완전히 다른 화법까지 기꺼이 수용해서 이야기의 근육으로 만든 소설. 이야기의 두뇌와 몸뚱이, 피부가, 달리는 말처럼 하나가 된 소설. 백이면 백 개의 챕터가 저마다 눈동자나 손가락처럼 스스로 완성돼 있는 소설. 그래서 바둑 기사처럼 숙고하면서 말(馬)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정밀하면서도 역동적인 그 어떤 드라마가 분명히 머릿속으로 지나갔다.